열람석의 손님이 휴대폰을 엎어 놓고 책을 보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같은 쪽을 몇 번이고 넘겼다 돌아오시더군요. 나중에 대출대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모임 단톡방에 글을 올렸는데 아무도 반응이 없다고요. 다들 자기를 싫어하는 것 같다고.
빈칸을 나쁜 쪽으로 채웁니다. 답이 없으면 그 이유를 모르니, 머릿속이 가장 아픈 이유부터 꺼내 오죠. 과거의 기억이 겹칩니다. 예전에 실제로 미움받았던 경험이 있으면, 비슷한 신호에 몸이 먼저 움츠러들더군요. 저를 낮게 봅니다. 제가 별로라고 생각하면, 남도 그렇게 볼 거라고 쉽게 믿게 되죠.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싫어하면 실패한 것 같습니다.
앞서 남 시선이 신경 쓰이는 성격과 쉽게 상처받는 성격을 적었는데, 이 불안은 그 둘이 만나는 자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답장이 늦은 이유는 대부분 그 사람의 사정입니다. 바빴거나, 못 봤거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거나요. 표정이 굳은 것도 그날 그 사람의 하루 때문일 때가 많죠.
물론 정말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작은 신호 하나로 판결을 내리기엔 증거가 너무 적습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시장 사람들의 박수와 야유에 휘둘리지 말라고 여러 번 말합니다. 앞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적으며 시장의 파리들 이야기를 했죠.
니체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려는 사람은 결국 누구의 것도 아닌 사람이 된다고요. 모두의 눈치를 보다 보면 제 목소리가 사라진다는 겁니다.
모두에게 좋은 얼굴을 하려는 자는 끝내 제 얼굴을 잃는다. 너를 미워하는 자가 있다는 것은 네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른 이유를 세 가지 떠올려 보십시오. 답이 없는 이유를 저 말고 다른 데서 찾는 연습이죠. 확인할 수 있으면 확인하십시오. 혼자 짐작하는 것보다 한 번 묻는 게 훨씬 덜 아픕니다. 저를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십시오. 반응 없는 단톡방 대신, 늘 답해 주는 한 사람을요. 미움받아도 괜찮은 일을 하나 하십시오. 모두가 좋아하지 않아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이요.
폐관 무렵 그 손님이 휴대폰을 뒤집어 보시더니 웃으셨습니다. 몇 사람이 답을 달았다고요. 다들 퇴근길이라 늦었던 거라고 하시더군요.
미움받을까 하는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저는 작은 신호 하나로 저를 심판하지 않고, 모두의 사랑보다 제가 저를 아끼는 쪽을 먼저 세워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