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같이 사는 룸메이트를 친척들 앞에서 "우리 식구"라고 소개하셨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러자 한 친척이 "가족도 아닌데 무슨 식구냐"고 했답니다.
그 분은 말문이 막혔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말은 정확했습니다. 룸메이트는 가족이 아니어도 식구일 수 있으니까요.
가족과 식구는 둘 다 가까운 사람들을 한데 묶어 부르는 말입니다.
같이 지내고, 서로 챙기고, 큰일이 있으면 먼저 찾습니다. 대부분은 같은 사람들을 가리키니 섞어 쓰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가족은 혈연이나 혼인 같은 관계로 묶인 사람들이고, 식구는 한집에서 함께 살며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들입니다.
가족은 부모와 자식, 부부, 형제처럼 관계로 이어진 사람들입니다.
떨어져 살아도 가족입니다. 다른 나라에 사는 형도, 독립한 딸도 가족이죠. 가족이라는 이름은 사는 곳이 아니라 관계에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연락이 뜸해져도 가족이라는 이름은 남습니다.
식구라는 말에는 먹을 식 자가 들어 있습니다. 한집에서 같이 먹는 입이라는 뜻이죠.
그래서 식구는 관계보다 생활에 붙어 있습니다. 함께 사는 룸메이트, 오래 같이 지낸 하숙생도 식구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독립해 나간 자식은 가족이지만 매일의 식구에서는 빠지게 됩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대부분은 둘 다에 해당합니다. 둘이 갈리는 사람이 있을 때 이름이 문제가 되는 거겠지요.
가족이라면 떨어져 있어도 챙길 자리가 있습니다. 관계는 사는 곳을 따라다니지 않으니까요.
식구라면 함께 사는 동안의 일들을 나누면 됩니다. 장보기, 청소, 늦는다는 연락 같은 것들입니다. 룸메이트를 식구라고 부르신 것은 틀린 말이 아니라 정확한 말이었습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가까운 사람인 것은 같습니다. 관계로 묶였는지 밥상으로 묶였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