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게 내렸는데도 맛이 이상한 날이 있어요. 원두를 늘렸는데 쓴맛만 세지고 향은 그대로였던 아침이 있었어요.
진하다는 말 안에 사실 두 가지가 들어 있어요.
원두를 두 배 넣으면 농도만 올라가요. 꺼낸 정도는 그대로고요. 그래서 진해지긴 하는데 맛의 결은 안 바뀌는 거예요.
성분이 나오는 순서가 있어요.
산미가 먼저 나오고, 그다음에 단맛이 나오고, 마지막에 쓴맛과 떫은맛이 나와요. 그러니까 어디서 끊느냐로 맛이 정해져요.
시다고 원두를 더 넣으시면 안 돼요. 그건 농도를 만지는 거지 추출을 만지는 게 아니거든요.
이 표만 기억하시면 헤맬 일이 줄어요.
시고 밍밍하면 — 더 곱게 갈거나 시간을 늘리세요. 물을 조금 뜨겁게 하셔도 돼요.
쓰고 텁텁하면 — 더 굵게 갈거나 시간을 줄이세요. 물 온도를 낮추셔도 되고요.
맛은 괜찮은데 연하면 — 그때 원두 양을 늘리시면 됩니다. 이때가 농도를 만질 자리예요.
한 번에 여러 개를 바꾸시면 뭐가 효과였는지 몰라요.
저는 하나씩만 바꿔요. 굵기를 한 단계 바꾸고 마셔보고, 안 되면 시간을 바꾸고요. 두세 번이면 대개 잡혀요. 처음엔 답답한데 이게 제일 빠른 길이더라고요.
가게에서도 그렇게 해요. 아침에 한 잔 뽑아보고 그날 굵기를 정하는데, 그때도 하나씩만 만져요.
커피가 이상할 때 원두 양부터 만지시는 분이 많은데, 대개 답은 굵기랑 시간에 있더라고요.
도구가 없으셔도 혀로 판단하실 수 있어요.
한 모금 드시고 시다면 덜 뽑힌 것, 쓰고 입에 남는다면 너무 뽑힌 것으로 보시면 대체로 맞아요. 이 둘만 갈라도 뭘 바꿔야 할지가 나와요.
커피가 진한데도 이상하시면 물 양이 아니라 시간부터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