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원두 같은 기계인데 몇 초 차이로 잔이 완전히 달라져요. 저도 그게 신기했어요.
어느 아침에 같은 원두로 두 잔을 뽑았는데 맛이 완전히 달랐어요.
재보니 팔 초 차이였어요. 그 몇 초 사이에 나오는 성분이 다르거든요. 이걸 알고 나서 저는 시간을 재기 시작했어요.
에스프레소가 내려오는 동안 성분이 순서대로 빠져나와요.
그러니까 너무 빨리 끊으면 시고, 너무 오래 두면 써요. 가운데를 최대한 담고 끊는 게 목표더라고요.
가게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른데 저는 이십오 초쯤을 잡아요.
물이 나오기 시작한 순간부터 세요. 이십 초보다 빨리 다 내려오면 물이 너무 쉽게 지나간 거고, 삼십 초를 넘기면 막힌 겁니다.
다만 초 자체가 목표는 아니에요. 시간은 뭐가 잘못됐는지 알려주는 신호예요. 맛이 답이고요.
여기서 순서를 헷갈리시는 분이 많아요.
시간을 맞추려고 물 양을 조절하시면 안 돼요. 시간은 원두 굵기로 맞추는 거더라고요.
이 하나만 알고 계시면 집에서 머신을 쓰실 때 헤맬 일이 확 줄어요. 손잡이가 사실상 이거 하나예요.
같은 설정인데 어느 날 갑자기 안 맞을 때가 있어요.
로스팅한 지 며칠 됐는지, 그날 습도가 어떤지에 따라 물이 지나가는 속도가 달라져요. 그래서 가게에서는 아침마다 한 잔을 시험 삼아 뽑아보고 그날 굵기를 다시 잡아요.
집에서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맛이 달라져도 기계가 고장 난 게 아니라는 것만 아시면 돼요.
에스프레소는 실력이 아니라 굵기랑 시간을 맞추는 일에 훨씬 가깝더라고요.
집에서 머신을 쓰시는데 맛이 들쭉날쭉하면 우선 시간부터 재보세요.
휴대폰 초시계면 충분하죠. 며칠만 재보시면 잘 나온 날이 몇 초였는지가 보이더라고요. 그 숫자가 잡히면 그다음부터는 훨씬 쉬워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