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를 시키신 손님이 한 모금 마시고 바로 물잔을 찾으시더라고요. 그러고는 웃으면서 그러셨어요. 이걸 어떻게 다 마시냐고요.
저는 그 반응이 제일 정상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엔 다 그러시거든요. 그런데 몇 번 드시다 보면 어느 순간 이게 왜 따로 존재하는지 알게 되는 잔이기도 해요.
에스프레소는 아주 적은 물을 곱게 간 원두에 강한 압력으로 통과시켜 뽑아요. 이십 초에서 삼십 초쯤이면 끝납니다.
그래서 잔이 작은 거예요. 물을 조금만 썼으니까요. 아메리카노는 여기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늘린 거고요. 다른 커피가 아니라 같은 걸 안 늘린 상태라고 보시면 편해요.
처음 드시는 분들이 쓰다고 하시는데, 사실 온도 탓인 경우가 꽤 됩니다.
막 나왔을 때는 뜨거워서 혀가 쓴맛만 크게 받아요. 삼십 초에서 일 분쯤 두었다가 드시면 단맛이랑 신맛이 올라옵니다. 저는 손님한테 잠깐 두었다 드시라고 꼭 말씀드려요.
그래서 마시는 창이 생각보다 좁아요. 앉은 자리에서 바로 드시는 게 맞는 이유가 그거예요.
잔 위에 얇게 덮인 갈색 거품이 있어요. 그게 있어야 향이 안 날아갑니다.
숟가락으로 휘저으면 그게 깨져요. 그래서 저는 젓지 말고 그대로 드시라고 말씀드려요. 설탕을 넣으실 거면 거품 위에 얹듯이 살살 넣으시는 게 낫고요.
잔을 받으시면 먼저 코에 한 번 가져가 보세요. 마시기 전에 향을 맡는 그 한 번이 이 잔의 절반이에요.
정해진 법은 없어요. 다만 두세 모금에 나눠 드시는 걸 저는 권해요.
한 번에 털어 넣으면 쓴맛만 지나갑니다. 나눠 드시면 모금마다 맛이 달라지는 게 느껴져요. 앞쪽이 진하고 뒤로 갈수록 부드러워지거든요.
그리고 물은 마시기 전에 한 모금 드세요. 입을 헹구고 시작하면 맛이 훨씬 또렷하게 옵니다. 다 마시고 물을 찾는 것보다 그 순서가 나아요.
가게마다 잔이 좀 다르게 나옵니다. 진하게 짧게 뽑는 곳도 있고, 조금 길게 뽑아 부드럽게 내는 곳도 있어요.
그러니 한 군데서 드셔보고 안 맞는다고 접지는 마세요. 저희 가게에서 못 드셨던 분이 다른 데서 괜찮았다고 하시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도 있어요.
이건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반만 드시고 남기셔도 저는 아무렇지 않아요.
작은 잔이라 남기면 티가 나서 미안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시켜보셨다는 것만으로 충분하거든요. 안 맞으면 다음에 아메리카노 드시면 되는 거고요.
밤에 이 잔을 시키시는 분들은 대개 딱 한 모금이 필요해서 오세요. 길게 앉아 있을 시간은 없고, 그래도 뭔가 하나는 마시고 가고 싶은 밤이요. 그럴 때 이만한 잔이 없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