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전시나 공연이 많아요. 그래서 주말 저녁이면 뭔가를 보고 나온 손님들이 들르세요. 손에 팸플릿이나 티켓을 들고 계셔서 금방 알아요. 카운터에서 보면 전시는 보는 시간보다 보고 난 뒤에 이야기하는 시간이 더 길어요.
혼자 전시를 보고 오셨다는 손님이 계셨어요. 커피를 받으시고 팸플릿을 테이블에 펼치셨어요.
그러고는 한 그림 사진 위에 손가락을 올리신 채로 한참 움직이지 않으셨어요. 커피가 식을 때까지요. 나가실 때 제가 "좋은 그림이었나 봐요" 했더니 "아직도 잘 모르겠어서요" 하셨어요. 모르겠어서 계속 보셨던 거예요.
전시 보고 오신 분들 얘기를 모아 보면 비슷해요.
세 번째 얘기가 좋았어요. 하나만 남아도 다녀온 보람이 있다고들 하세요. 그걸 붙잡으려고 카페에 들르시는 것 같아요.
일행이 있는 손님들은 서로 다른 그림을 얘기하세요. 한 분은 이 그림이 좋았다, 다른 분은 저 그림이 좋았다. 같은 전시를 보고 완전히 다른 데서 멈췄다는 게 재미있대요.
저는 그 대화를 지나가며 듣는 게 좋아요. 가게를 비울 수 없어서 전시를 자주 못 가는데, 손님들 얘기로 대신 다녀와요.
손님들이 해 주신 말을 모아 봤어요.
첫째, 평일 오전이나 저녁 늦게 가세요. 사람이 훨씬 적대요.
둘째, 다 보려고 하지 마세요. 마음에 드는 하나 앞에 오래 서 있는 게 낫대요.
셋째, 보고 나서 바로 집에 가지 마세요. 어디든 앉아서 떠올리는 시간이 있어야 오래 남는대요.
다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마음에 걸리는 하나가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