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다툰 뒤 화해한 대학 동기와 다시 만나신 분이 계셨습니다. 둘 다 메뉴판만 오래 들여다봤다고요. 그 분은 그 자리가 낯설었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분은 새 부서 첫 회식에서 옆자리 사람의 이름을 세 번이나 다시 물었다고 했습니다. 그분은 서먹했다고 하셨고요. 두 분의 이름을 서로 바꾸면 정확해집니다.
서먹함과 낯섦은 둘 다 상대와 나 사이에 거리가 느껴져 편하지 않은 감정입니다.
말이 끊기고, 눈을 덜 마주치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르게 됩니다. 불편함의 모양이 비슷하니 섞어 부르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서먹함은 알던 사이에 거리가 생겨 어색해진 감정이고, 낯섦은 처음 만나 아직 서로를 모르는 데서 오는 감정입니다.
서먹함에는 원래 가까웠던 시간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아무 말이나 했던 사이인데, 어떤 일 이후로 그게 잘 안 됩니다. 메뉴판을 오래 보는 것은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예전처럼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서죠. 서먹함은 잃어버린 편안함을 알고 있기에 생깁니다.
어색함과 서먹함의 차이는 전에 다룬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낯섦과의 경계만 보겠습니다.
낯섦에는 비교할 과거가 없습니다.
새 부서의 옆자리 사람과는 원래 가까웠던 적이 없습니다. 이름도 아직 입에 붙지 않았죠. 그래서 낯섦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알아갈 것만 남아 있으니까요.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낯섦은 시간이 풀어주지만, 서먹함은 시간만으로는 잘 풀리지 않습니다. 거리가 생긴 이유가 따로 있으니까요. 그날 메뉴판이 그렇게 길게 느껴진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
낯섦이라면 서두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름을 한 번 더 묻는 것도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서먹함이라면 거리가 생긴 이유를 한 번은 꺼내는 편이 낫습니다. "그때 일 이후로 좀 어색했지"라는 한마디가 메뉴판을 내려놓게 합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거리가 느껴지는 것은 같습니다. 예전에 편했던 적이 있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