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오래된 친구를 만났는데, 처음 본 사람에게 하는 것보다 더 짧게 인사하고 내리셨다고 하셨습니다. 스스로도 이상하다고 하셨지요.
이상한 게 아니라 이름이 다른 겁니다. 그건 어색함이 아니라 서먹함입니다.
어색함은 아직 익지 않아서 생깁니다. 서로의 리듬을 모르니까 말의 간격이 안 맞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 새 부서, 오랜만에 들어간 자리에서 옵니다. 재료가 없어서 생기는 상태이지요.
서먹함은 익었던 것이 식어서 생깁니다. 재료는 이미 다 있습니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문제입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둘 다 알고 있으니 아무 말이나 못 꺼내는 겁니다.
그래서 어색한 사이에서는 아무 말이나 할 수 있고, 서먹한 사이에서는 못 합니다. 겉보기에 비슷하지만 반대 상태입니다.
어색함은 시간이 풉니다. 만나는 횟수가 쌓이면 리듬이 맞춰지니까요. 아무것도 안 해도 대체로 나아집니다.
서먹함은 시간이 굳힙니다. 안 만난 기간이 길어질수록 꺼내야 할 말의 무게가 커집니다. 한 달 뒤에 하면 될 말이 일 년 뒤에는 못 할 말이 되지요. 미룬 대가가 이자처럼 붙습니다.
여기서 판단이 갈립니다. 어색함이면 기다려도 되고, 서먹함이면 기다리면 안 됩니다.
지금 그 사이를 두고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이 사람과 처음부터 이랬습니까?
지점이 떠오른다면 이름은 정해진 겁니다. 그 지점이 꼭 싸움일 필요도 없습니다. 한쪽이 바빴던 시기, 축하를 못 해준 일, 답장을 늦게 한 일 정도로도 충분히 생깁니다.
서먹함의 곤란한 점은 양쪽이 같은 해석을 한다는 겁니다. 상대가 멀어졌다고요. 둘 다 그렇게 생각하면 확인할 사람이 없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 해석이 사실처럼 굳습니다. 원래 사이가 그 정도였던 걸로 정리되지요. 실제로는 답장 한 번이 늦었던 것뿐인데도요.
여기서 자주 걸리는 자리가 있습니다. 먼저 연락하면 지는 것 같아 안 하시는 겁니다. 그런데 이건 이기고 지는 판이 아닙니다. 먼저 여는 사람이 이름을 되돌리는 것뿐이지요.
어색함 쪽이면 할 일은 별로 없습니다. 몇 번 더 마주치시면 됩니다. 억지로 친해지려 하면 오히려 간격이 더 눈에 띕니다.
서먹함 쪽이면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가장 가벼운 용건 하나를 만들어 먼저 보내는 것입니다. 사과도 아니고 해명도 아닙니다. 무게 있는 말로 열면 상대도 무게 있게 받아야 해서 더 어려워지니까요. 짧고 시시한 말이 서먹함에는 제일 잘 듣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대개는 그렇습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으시면 언제부터였는지 짚어보시죠. 지점이 있으면 그건 아직 되돌릴 수 있는 사이입니다.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