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는 뜨거운 물을 높은 압력으로 커피 가루에 밀어 넣어 짧은 시간에 뽑는 커피예요. 이때 쓰는 압력이 보통 9바 안팎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1바는 우리가 평소 받는 대기압 정도라서, 9바면 그 아홉 배쯤 되는 힘이에요.
가정용 머신을 고르던 손님이 물어보셨어요. 광고에 15바, 19바 같은 숫자가 크게 적혀 있었대요. "19바짜리가 9바짜리보다 두 배 맛있는 거죠?"
진지하게 물으셔서 둘이 한참 웃었어요. 그러고는 가게 머신의 압력계 바늘을 같이 들여다봤어요. 추출하는 동안 바늘이 9 근처에서 머물렀어요. 손님이 "그럼 저 숫자는 뭐예요?" 하셨어요.
그러니까 숫자가 크다고 커피가 더 맛있어지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압력이 너무 세면 물이 가루를 뚫고 한쪽으로 새서 맛이 고르지 않을 수 있어요.
압력이 있어야 짧은 시간에 진한 커피와 크레마가 생겨요. 드립처럼 중력으로만 내리면 이런 질감이 안 나와요.
다만 요즘은 일부러 압력을 바꿔 가며 뽑는 바리스타도 있어요. 처음엔 약하게, 중간에 세게, 끝에 다시 약하게요. 같은 원두도 압력에 따라 맛이 꽤 달라진대요. 저도 몇 번 해 봤는데 아직 연습 중이에요.
첫째, 압력 숫자에 너무 끌리지 마세요. 대부분의 머신이 충분한 압력을 내요.
둘째, 온도가 안정적인지 보세요. 압력보다 온도가 들쭉날쭉한 게 맛에 더 큰 영향을 줄 때가 많아요.
셋째, 직접 마셔 보세요. 매장에서 시음할 수 있다면 그게 제일 확실해요.
그 손님은 결국 숫자 대신 시음을 하고 고르셨대요. 지금은 집에서 아침마다 한 잔씩 뽑으신대요.
큰 숫자가 늘 좋은 건 아니에요. 적당한 힘이 제일 좋은 맛을 낼 때가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