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는 문을 열기 전에 에스프레소를 몇 잔씩 뽑아서 버려요. 아까워 보이지만 그날 원두와 날씨에 맞춰 맛을 다시 맞추는 과정이에요. 이걸 세팅이라고 불러요.
문 열기 한 시간 전이었어요. 옆 가게 사장님이 유리창 너머로 저를 보고 계셨어요. 제가 샷을 뽑아서 맛을 보고, 싱크대에 붓고, 또 뽑는 걸 보셨대요.
나중에 오셔서 물으셨어요. "그거 다 버리는 거예요?" 맞아요. 많은 날은 서너 잔, 원두를 새로 뜯은 날은 그보다 더 버려요. 사장님이 "커피값 비싼 이유가 있었네" 하시더라고요.
같은 원두, 같은 머신인데도 맛이 매일 조금씩 달라져요.
그래서 매일 아침 분쇄 굵기를 조금씩 돌려 가며 맞춰요. 너무 빨리 뽑히면 곱게, 너무 느리면 굵게요.
저는 세 가지를 봐요.
첫째, 시간이에요. 샷이 몇 초 동안 나오는지 재요.
둘째, 양이에요. 같은 가루로 얼마만큼 뽑혔는지 저울에 올려요.
셋째, 맛이에요.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해요. 시간과 양이 맞아도 맛이 이상하면 다시 해요. 시큼하면 덜 뽑힌 거고, 쓰고 떫으면 너무 뽑힌 거예요.
밤새 머신 안에 고여 있던 물은 온도가 고르지 않아요. 그래서 아침 첫 추출은 맛을 보기 전에 그냥 흘려보내요. 기계를 깨우는 셈이에요.
솔직히 이 시간이 저한테는 제일 좋아요. 가게에 아무도 없고, 커피 향만 가득하고, 오늘 맛을 제가 처음 알게 되거든요.
집에 머신이 있으시다면 똑같이 해 보세요. 첫 샷은 물만 흘려보내고, 두 번째부터 드시면 맛이 한결 안정돼요.
맛있는 한 잔 뒤에는 버려진 몇 잔이 있어요. 오늘 버리신 시도들도 헛되지 않았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