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을 치워드리려고 다가갔더니 손으로 잔을 감싸시며 조금만 더 있겠다고 하신 손님이 계셨어요.
그날 알았어요. 잔을 치우는 게 나가시라는 뜻으로 전해질 수 있다는 걸요.
저는 테이블을 정리하려던 거였는데, 받는 쪽에서는 그렇게 느끼실 수 있어요. 특히 오래 앉아 계셨으면 더 그렇고요.
그 뒤로 저는 잔이 비어도 바로 안 치워요. 손님이 일어나실 기색이 보일 때만 움직여요.
카운터에서 보면 그 시간이 꽤 길어요.
다 드시고도 삼십 분, 한 시간씩 계세요. 책을 보시거나 창밖을 보시거나 그냥 앉아 계세요. 그 시간이 사실 그분이 여기 오신 이유일 때가 많아요.
두 번째가 생각보다 많아요.
그 부담 때문에 일어나시는 분이 계세요.
저희는 그러실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자리가 꽉 찬 날이면 저희가 말씀드릴 거예요. 그전까지는 편하게 계시면 돼요.
물이 필요하시면 드릴게요. 그건 값을 안 받아요.
빈 가게보다 누가 앉아 계시는 게 나아요.
앞서 몇 번 말씀드렸는데, 사람이 있으면 다른 분도 들어오기 편해요. 아무도 없는 가게에는 잘 안 들어오시거든요. 그래서 오래 계시는 분이 가게를 채워주는 셈이에요.
저는 밤에 혼자 앉아 계시는 분이 있으면 그 시간이 편해요.
잔이 비었다고 그 자리가 끝난 건 아니더라고요. 그다음이 진짜일 때가 있어요.
솔직하게 덧붙이면요.
마감이 가깝거나 자리가 없어서 기다리시는 분이 계시면 저희가 말씀드려요. 그때까지는 눈치 안 보셔도 돼요. 저희가 말 안 하면 괜찮은 거예요.
잔이 비어도 편하게 계세요. 치우러 가는 게 나가시라는 뜻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