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마음이 무거우셨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여쭤보니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시더군요.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겁니다. 그럴 때는 이름이 다릅니다.
감정과 기분은 둘 다 지금 마음이 어떤지를 말합니다.
둘 다 몸에 나타나고, 둘 다 하는 일에 영향을 줍니다. 세기로도 안 갈립니다. 아주 강한 기분이 있고 옅은 감정도 있죠.
갈리는 것은 대상과 이유가 있느냐입니다.
감정은 무엇에 대한 반응입니다.
그 사람에게 화가 나고, 그 소식이 슬프고, 그 일이 두렵습니다. 반드시 향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래서 감정은 이유를 댈 수 있습니다.
감정은 오래 안 갑니다. 대상이 정리되거나 시간이 지나면 잦아듭니다. 대신 그동안 세기가 셉니다.
기분은 그냥 그런 상태입니다.
무엇 때문인지 못 댑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이미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잠을 못 잤거나, 날이 흐리거나, 몸이 어딘가 안 좋거나 하는 것들이 쌓여서 만들어지는데 하나로 짚기가 어렵습니다.
기분은 오래 갑니다. 하루 종일 갈 수도 있죠. 대신 세기는 감정보다 약합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지금 이 마음에 이유를 하나 댈 수 있습니까?
떠올리려고 오래 애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감정은 대개 바로 나옵니다. 십 초 안에 안 나오면 뒤쪽입니다.
여기가 오늘의 요점입니다.
기분이 안 좋은데 그것을 감정이라고 부르면 이유를 찾게 됩니다. 그런데 원래 이유가 없으니 없는 것을 만들어냅니다. 어제 그 사람이 한 말 때문인가, 이 일이 잘 안 되어서인가 하고요.
그렇게 붙인 이유는 대개 틀립니다. 그리고 틀린 이유를 붙이면 애먼 사람에게 화가 갑니다. 아침의 무거움 때문에 저녁에 관계가 상하는 일이 여기서 생깁니다.
감정 쪽이면 할 일은 대상을 다루는 것입니다. 말하거나, 정리하거나, 시간을 두거나요.
기분 쪽이면 할 일은 이유를 찾는 게 아닙니다. 몸을 다루는 것입니다. 자고, 먹고, 걷고, 볕을 보시면 됩니다. 기분은 대개 몸에서 오니까요.
그리고 오늘의 판단은 미루시는 게 좋습니다. 기분이 가라앉은 날에 정한 것은 며칠 뒤에 보면 다르게 보이겠지요.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무거운 것은 같습니다. 이유가 십 초 안에 나오는지만 보시죠.
구분이 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