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고른 학습만화를 어머니가 도로 꽂고 글로 된 책을 쥐여 주셨습니다. 아이는 그 자리에 앉아만 있더군요.
앞서 아이가 책을 안 읽는 이유에서 적은 장면과 같은 자리입니다. 이번에는 걱정의 내용이 좀 달라서 따로 적겠습니다.
말씀을 들어보면 대체로 셋이죠.
글을 안 읽게 될까 봐. 그림에 익숙해지면 글만 있는 책을 못 볼 것 같다고요. 내용이 얕을까 봐. 만화로 배우면 겉만 알게 된다고 보십니다. 쉬운 것만 찾게 될까 봐. 편한 쪽으로만 갈까 걱정하시는 거죠.
다 이해가 가는 걱정이죠. 다만 어린이실에서 보이는 건 좀 다릅니다.
읽는 힘이 그림 때문에 안 자라지는 않더군요.
만화를 읽으려면 칸 순서를 알아야 하고, 그림과 말풍선을 같이 처리해야 하고, 칸 사이에 생략된 걸 채워야 합니다. 앞서 그림이 많은 책 보는 순서에서 적었듯 그림은 빨리 지나가는 게 아니라 읽는 사람이 채우는 자리죠.
그리고 아이가 끝까지 보는 책이면 그건 이미 읽기죠. 앞서 만화 얘기에서도 적었는데, 대출 기록에는 다 같은 한 권으로 남습니다.
한쪽만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걱정 중에 사실인 대목이 있죠.
학습만화는 정리된 결론을 줍니다. 이야기로 재밌게 만들어야 하니 과정을 줄이고 결론을 앞세우죠. 앞서 얇은 책에서 빠지는 게 과정이라고 적었는데 여기도 같습니다.
그래서 만화로만 배우면 아는 것 같은데 설명은 못 하는 상태가 되기 쉽습니다.
빼는 것 말고 하실 수 있는 게 있죠.
옆 칸을 같이 보여주십시오. 그 만화가 다루는 주제의 글책을 한 권 같이 빌리시는 겁니다. 안 읽어도 되죠. 옆에 있는 것만으로 어느 날 손이 갑니다.
그 주제로 말을 걸어보십시오. 앞서 읽은 걸 설명해보는 연습을 적었는데, 아이에게도 같습니다. 만화에서 본 걸 설명하게 하시면 그게 정리가 됩니다.
섞어서 빌리십시오. 다섯 권 중 셋이 만화여도 괜찮습니다.
무엇을 읽느냐보다 읽는 일이 즐거운 일로 남았느냐가 먼저다.
저는 어머니께 만화도 같이 빌려 가시라고 말씀드렸죠. 글책은 그냥 옆에 두시라고요.
몇 달 뒤에 그 아이가 그 주제의 글책을 혼자 찾아왔습니다. 만화에서 본 게 더 궁금해졌다고 하더군요. 순서가 그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