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한 분이 휴대폰 화면을 내미셨습니다. 도서관 앱에서 전자책을 빌리려는데 대기 순번이 열두 번째라고요. 파일인데 왜 줄을 서요? 하고 물으셨죠. 종이책이라면 이해하겠는데, 화면 속 책까지 줄을 서야 하느냐고요.
뉴스와 손님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도서관 전자책은 대개 정해진 권수만큼만 동시에 빌려줄 수 있다고 합니다. 종이책처럼 한 권을 사면 한 사람이 빌리는 방식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더군요.
파일이니 무한히 복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게 되면 작가와 출판사가 받을 몫이 사라지죠. 그래서 도서관도 권수를 정해 사고, 그만큼만 빌려주는 겁니다. 앞서 책값이 어디서나 같은 이유를 다룬 글이 있는데, 책을 만든 사람의 몫을 지키려는 장치들은 화면 속에도 있는 셈입니다.
일정 기간이나 횟수만 빌려줄 수 있게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방식은 출판사와 도서관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열두 번째 손님. 처음엔 답답했는데, 이유를 듣고 나니 작가한테 몫이 간다니 기다릴 만하다고 하셨습니다. 종이책으로 바꾼 이웃. 전자책 대기가 길어 종이책을 찾아보니 바로 빌릴 수 있었다고요. 자정에 대출한 손님. 반납 시간이 밤으로 맞춰진 책은 자정 무렵 풀린다며, 그때 앱을 열어 본다고 하시더군요.
종이책을 찾아보십시오. 앞서 도서관 전자책 빌리는 법을 적었는데, 종이와 전자는 대기가 따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약을 걸어 두십시오. 순서가 오면 알림이 오죠. 앞서 대출 중인 책 예약하는 법을 적었습니다. 다른 도서관 전자책을 확인하십시오. 지역마다 계약한 책이 다를 수 있습니다. 희망도서로 신청해 보십시오. 대기가 길면 도서관이 권수를 늘리기도 한다더군요.
무한히 복사되는 글자에도 주인이 있다. 줄을 서는 시간은 그 주인에게 건네는 작은 예의다.
그 손님은 그날 같은 책의 종이책을 바로 빌려 가셨습니다. 그리고 전자책 예약은 그대로 두셨죠. 종이책을 다 읽고 나서 전자책 순서가 오면, 다른 분께 양보하겠다고 하시더군요.
화면 속 책에도 기다림은 생깁니다. 저는 그 기다림이 답답함만 남기지 않도록, 같은 책에 닿는 다른 길을 함께 찾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