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가을인데, 큰 매장들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걸리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카페에서 들려요. 쇼핑하고 오신 손님들이 "벌써 트리가 있어요" 하시면서 들어오세요. 카운터에서 보면 크리스마스는 해마다 조금씩 일찍 오는 것 같아요.
쇼핑하고 오신 손님이 앉으시면서 그러셨어요. "백화점에 벌써 트리가 있어요. 아직 반팔 입는 날도 있는데."
그 말에 옆 테이블 손님이 웃으시면서 저를 보셨어요. "우리 가게는 언제 달아요?" 저는 아직 멀었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두 분이 서로 "너무 이르다"와 "빨리 보고 싶다"로 한참 얘기를 나누셨어요. 모르는 사이였는데요.
저는 반반이에요. 손님들처럼 이르다는 생각도 들고, 반짝이는 걸 보면 마음이 들뜨기도 해요.
저희 가게는 보통 십일월 말쯤 작은 장식을 달아요. 크게는 못 하고, 창가에 조명 몇 줄과 카운터에 작은 트리 하나 정도예요.
그전까지는 가을 그대로 두고 싶어요. 낙엽 색 컵받침, 밤 라떼, 따뜻한 차 메뉴요. 계절 하나를 충분히 보내고 다음 계절을 맞는 게 좋더라고요.
그래도 그날 이후로 손님들이 가끔 물어보세요. "트리 언제 달아요?" 기다리는 분이 있다는 게 좀 설레요.
손님들 얘기를 들으며 생각한 것들이에요.
첫째, 장식은 장식대로 즐기세요. 반짝이는 걸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둘째, 서두르지 마세요. 장식이 일찍 걸렸다고 연말 준비를 일찍 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셋째, 지금 계절도 챙기세요. 단풍, 따뜻한 차, 가을밤 산책. 크리스마스 전에 누릴 게 아직 많아요.
다음 계절이 일찍 와도 지금 계절은 아직 여기 있어요. 서두르지 말고 오늘을 먼저 누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