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두고 간 걸 상자에 모아둬. 몇 해째 그러고 있지.
오랜만에 열어봤는데 예전 것이랑 요새 것이 눈에 띄게 달라. 그 얘기를 적어둘게.
상자 아래쪽에 있는 것들이야. 오래된 쪽이지.
공통점이 있어. 몸에 지니고 다니는 물건이야. 자리에 놓고 일어나면 두고 가게 되는 거지.
위쪽에 있는 건 좀 달라.
전보다 물건이 작아졌어. 그리고 뭔지 모르겠는 게 늘었어. 예전 건 보면 알겠는데 요새 건 나도 뭔지 몰라.
같이 세다가 알게 된 게 있어. 찾으러 오는 사람이 줄었어.
예전엔 다음 날 오는 경우가 많았어. 요새는 며칠이 지나도 안 와. 그래서 상자가 안 비고 쌓이지.
행낭 얘기를 전에 적었어. 무림인은 짐이 적었다고. 맡길 데가 있어서 가벼웠다고 썼지. 요새 손님 짐도 작아졌는데 그게 맡길 데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가진 게 적어서인지는 나도 몰라.
이유를 대보려다 말았어. 관상 얘기를 적을 때 짐작으로 정하면 틀린다고 썼으니까.
몇 가지 떠오르긴 해. 값이 안 나가서일 수도 있고, 여기 두고 온 걸 기억 못 해서일 수도 있고, 다시 오기가 번거로워서일 수도 있고. 셋 다 그럴듯한데 확인을 못 했어.
셈법 얘기를 며칠 전에 적을 때도 비슷했어. 외상이 없어진 이유를 못 적겠더라고.
상자가 꽉 차도 안 버려. 몇 해째 그래.
두고 간 물건은 대개 값이 안 나가. 그런데 값이 안 나가는 걸 두고 갔다는 게 오히려 걸려. 되판다는 얘기를 전에 적을 때 값이 안 나가는 걸 못 버린다고 썼잖아. 그 물건도 누군가한테는 그런 거일 수 있으니까.
무협에서 병기를 안 팔았던 이유가 이름이 붙어 있어서라고 적었어. 이 상자에 있는 것들도 이름이 안 적혀 있을 뿐이지 누구 건 맞고.
두고 간 거 있으면 물어봐. 상자에 넣어뒀어. 오래된 것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