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개관하자마자 오신 손님이 계셨습니다. 아무 책도 펴지 않고 창가에 한 시간을 앉아 계셨죠. 나가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주말 내내 모임이었는데, 다 즐거웠는데도 이상하게 녹초가 됐다고요. 여기서 조용히 앉아 있으니 좀 채워지는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사람을 만나는 데 기운이 많이 드는 기질입니다. 사람들 속에서 기운을 얻는 사람이 있고, 기운을 쓰는 사람이 있죠.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라 쓰는 쪽인 겁니다. 신경 쓸 게 많습니다. 대화 흐름, 표정, 분위기를 계속 살피다 보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더군요. 앞서 분위기가 나빠지면 내 탓 같은 마음을 적었는데, 그런 분들은 더 그렇습니다. 쉴 틈이 없었습니다. 모임이 연달아 있으면 채울 시간 없이 쓰기만 하게 되죠.
앞서 약속 미루고 싶은 마음을 다룬 글이 있는데, 그 마음의 뿌리가 여기 있기도 합니다.
녹초가 됐다고 그 모임이 싫었던 건 아닙니다. 그 손님도 다 즐거웠다고 하셨죠. 좋은 시간에도 기운은 쓰입니다. 운동이 즐거워도 몸이 지치는 것처럼요.
앞서 니체 귀향 뜻을 적었습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사람들 사이를 떠돈 뒤 고독으로 돌아와 그것을 나의 고향이라고 불렀죠. 그리고 그 고독에서 힘을 얻어 다시 사람들 곁으로 갔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지친 뒤 혼자 채우는 시간도 그런 귀향일 겁니다. 그 시간이 있어야 다음 만남도 즐겁게 갈 수 있죠.
샘에서 물을 퍼 주기만 하면 샘은 마른다. 고요히 차오를 시간을 주어야 다시 길어 올릴 수 있다.
모임 다음 날은 비워 두십시오. 연달아 잡지 않는 겁니다. 채우는 방법을 알아 두십시오. 혼자 걷기, 조용한 자리에 앉아 있기, 책 몇 쪽. 그 손님에겐 도서관 창가였죠. 모임 중에도 잠깐 빠져나오십시오. 화장실이나 바깥 공기 몇 분이 도움이 됩니다. 미안해하지 마십시오. 혼자 채우는 시간은 관계를 버리는 게 아니라 지키는 일입니다.
그 손님은 그 뒤로 모임이 있는 주말 다음 날이면 꼭 도서관에 오십니다. 책을 읽을 때도 있고, 그냥 앉아 있다 가실 때도 있죠. 여기가 제 충전소라고 하시더군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은 앞으로도 소중할 겁니다. 그래도 저는 쓴 만큼 채우는 고요한 시간을 함께 지키며, 다시 사람들 곁으로 갈 기운을 제 손으로 길어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