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읽다가 이런 인물을 봤어. 상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아. 거짓말을 하면 바로 들켜.
처음엔 엄청 편한 능력인 줄 알았어. 싸움에서도 상대 수를 미리 알고. 근데 읽다 보니 이 인물이 하나도 행복해 보이지 않더라.
이게 독심술이야. 마음을 읽는 술법이지.
독심술은 칼을 쓰거나 내공을 쏘는 무공이랑은 결이 달라. 정신 쪽 술법이지.
섭혼술 얘기를 전에 적었어. 상대 정신을 홀리는 사술이라고. 독심술은 그 반대편이야. 홀리지 않고 읽기만 해. 그래서 꼭 사파 쪽으로만 그려지진 않아. 정파 인물이 쓰기도 해.
글마다 방식도 달라. 눈을 마주쳐야 읽히는 글, 몸을 닿아야 읽히는 글, 그냥 다 들리는 글.
이 능력이 왜 괴로운지 생각해봤어.
남이 하는 생각이 다 들리면 시끄러워. 좋은 말만 들리는 게 아니잖아. 웃는 얼굴 뒤의 욕, 친한 척하는 사람 속셈. 그걸 매번 들어야 해.
그러니까 독심술 인물은 사람을 못 믿게 돼. 아니, 너무 잘 알아서 못 믿는 거지. 그래서 무협에서 이 인물은 대개 혼자 다녀. 사람 많은 데를 피하고.
객잔 단골이 한 번 나보고 독심술 쓰냐고 했어. 손님이 말하기도 전에 내가 주문을 맞혀서.
근데 비밀이 있어. 그 손님은 매번 같은 걸 시켜. 마음을 읽은 게 아니라 장부를 읽은 거야. 다들 웃었지.
그때 생각했어. 객잔 주인이 손님 마음을 다 알면 오히려 장사를 못 할 것 같아. 모르니까 물어보고, 물어보니까 말이 오가는 거잖아. 다 알면 그 대화가 없어져.
잘 쓴 무협은 독심술 인물한테 읽히지 않는 사람 하나를 붙여줘. 그 사람 앞에서만 조용해지는 거지.
그 사람이 대개 그 인물의 유일한 친구가 돼. 속을 알 수 없어서 오히려 믿을 수 있는 사람.
마음을 읽는 인물이 나오는 장면 중에 짠했던 거 있으면 들려줘. 그런 인물은 꼭 누가 옆에 있어줘야 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