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읽다 보면 이런 인물이 나와. 흰 옷에 부채 하나 들고 다니는 서생. 말이 부드럽고 웃는 얼굴이야.
싸움이 나면 다들 이 인물을 제일 약하게 봐. 칼도 안 들었잖아. 근데 부채를 촥 펴는 순간 판이 뒤집혀.
그 부채가 철선이야. 쇠로 만든 부채지.
기문병기 얘기를 전에 적었어. 괴상하게 생긴 병기 쓰는 놈들. 거기서 부채는 한 줄로 지나갔는데, 오늘은 좀 더 볼게.
철선은 살대를 쇠로 만든 부채야. 접으면 짧은 봉이 되고, 펴면 방패가 되고, 가장자리가 날카로우면 칼이 돼. 하나로 세 가지를 하는 거지.
그리고 제일 큰 장점은 이거야. 병기처럼 안 보여. 칼을 차고 다니면 다들 경계하는데, 부채는 그냥 멋 부리는 물건이잖아.
철선은 대개 서생 같은 인물이 들어. 글 읽는 사람, 머리 쓰는 사람.
제갈세가 같은 군사가 부채를 들고 뒤에 서 있는 이미지 있잖아. 그 부채가 사실 철선인 경우가 많아. 머리로 판을 짜다가 필요하면 직접 칠 수도 있다는 표시지.
그래서 철선 든 인물은 무협에서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의 대표야. 부드러운 겉에 쇠 같은 속.
한여름에 객잔에서 부채질하던 손님이 있었어. 그 부채가 탁자에 떨어졌는데 탁 하는 소리가 생각보다 무거웠어.
다들 쳐다봤지. 그 손님이 웃으면서 살대가 나무가 아니라 대나무를 겹친 거라 그렇대. 철선은 아니었어. 근데 그 순간 다들 철선 장면을 떠올렸나 봐. 한 단골이 혹시 고수냐고 물었으니까.
그때 알았어. 철선이 무서운 건 가벼워 보이는 게 무거웠을 때의 놀람 때문이야.
철선 든 인물은 등장부터 반전을 품고 있어. 독자는 알면서도 매번 속아.
겉으론 약해 보이는데 알고 보니 센 인물 좋아하면 하나 추천해줘. 나 그런 반전에 약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