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식당이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실망이다" 한마디 하고 디저트까지 먹고 나오셨다고요.
다른 분은 세 번째 지원한 공모전에서 또 떨어진 날, 붓을 씻지도 않고 책상에 그대로 두셨답니다. 그분도 실망했다고 하셨습니다. 앞의 분은 실망이 맞습니다. 뒤의 분은 낙담에 가깝습니다.
실망과 낙담은 둘 다 바라던 일이 그대로 되지 않았을 때 드는 감정입니다.
어깨가 처지고, 말수가 줄고, 그 일을 다시 떠올리기 싫어집니다. 무너졌다는 점이 같으니 섞어 쓰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실망은 기대했던 대상이 기대에 못 미쳐 어긋난 감정이고, 낙담은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내 안의 기운과 의욕이 꺾인 상태입니다.
실망에는 기대했던 상대가 있습니다.
그 식당, 그 사람, 그 제품이 생각보다 못했습니다. 어긋난 것은 바깥이죠. 그래서 실망하고도 디저트를 먹을 수 있습니다. 내 기운은 그대로이니까요. 실망은 대상을 다시 보게 만들 뿐, 나를 멈추게 하지는 않습니다.
실망과 환멸, 서운함과 실망의 차이는 전에 다룬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낙담과의 경계만 보겠습니다.
낙담에는 꺾인 내가 있습니다.
공모전이 나빴던 것이 아니라, 거듭 떨어지면서 다시 해볼 힘이 빠진 거죠. 그래서 낙담은 손을 멈추게 합니다. 씻지 않은 붓이 그 멈춤입니다. 낙담과 좌절의 차이도 전에 다뤘습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낙담을 실망이라고 부르시면 꺾인 기운이 보이지 않습니다. 붓이 책상 위에 오래 남는 이유를 모르게 되겠지요.
실망이라면 그 대상에 대한 기대를 고치시면 됩니다. 다음에는 다른 식당을 고르면 됩니다.
낙담이라면 대상보다 나를 먼저 보셔야 합니다. 이번에 꺾인 것이 얼마만 한지, 다시 붓을 드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를요. 이름을 붙이면 그 크기를 잴 수 있습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바라던 것이 무너진 것은 같습니다. 기운이 남아 있는지만 보시죠.
이름을 붙이면 크기를 잴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