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는 길게 쓰려고 하면 사흘을 못 가요. 매일 세 줄만 쓰겠다고 정하면 훨씬 오래 가요. 제가 본 손님 중에 일기를 몇 년째 쓰시는 분들은 다들 짧게 쓰셨어요.
매주 목요일 밤마다 오시는 손님이 계세요. 늘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노트를 꺼내세요.
처음엔 공부를 하시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커피 한 잔 드시는 동안 딱 세 줄만 쓰고 노트를 덮으세요. 어느 날 여쭤봤더니 일기래요. 그 노트가 벌써 세 권째라고 하셨어요. 일주일에 한 번, 세 줄씩이요.
카운터에서 들은 얘기를 모아 보면 이래요.
세 번째가 제일 아까워요. 한 번 빠진 건 그냥 한 번 빠진 거예요. 노트는 안 망가져요.
손님들이 쓰시는 방법 중에 효과가 좋아 보였던 걸 적어 볼게요.
첫째, 분량을 정하세요. 세 줄, 다섯 줄처럼요. 넘치면 써도 되지만 모자라면 안 쓰는 거예요.
둘째, 질문을 정해 두세요. "오늘 제일 좋았던 것 하나" 같은 질문이면 특별한 일이 없어도 쓸 게 생겨요.
셋째, 시간과 장소를 정하세요. 그 목요일 손님처럼요. 습관은 의지보다 자리가 만들어요.
넷째, 빠진 날은 그냥 넘기세요. 밀린 걸 채우려고 하면 그게 숙제가 돼요.
그 손님이 언젠가 첫 권을 가져와서 보여주셨어요. 세 줄짜리 일기가 일 년치 모여 있었어요.
"그땐 별일 없다고 썼는데 지금 보니 다 별일이었네요" 하시더라고요. 저도 그 말이 오래 남았어요. 세 줄이라도 쌓이면 한 사람의 시간이 돼요.
잘 쓴 일기보다 계속 쓴 일기가 남아요. 오늘은 세 줄만 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