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해 입사한 동기들 단톡방에 집들이 사진이 연달아 올라왔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세 번째 사진을 보고 휴대폰을 엎어두셨다고 하더군요.
그 분은 그날 상실감이 들었다고 하셨습니다. 무엇을 잃으셨는지 여쭸더니 잃은 건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 감정의 이름은 박탈감입니다.
박탈감과 상실감은 둘 다 내 쪽에 무언가가 비어 있다고 느끼는 감정입니다.
허전하고, 억울하고, 힘이 빠집니다. 빈자리의 느낌이 비슷하니 섞어 부르시는 거죠. 그러면 둘은 어디서 갈릴까요?
상실감은 원래 있던 것이 사라진 감정이고, 박탈감은 남은 가진 것을 나는 갖지 못했다고 느끼는 감정입니다.
상실감은 내 곁에 있던 것이 없어졌을 때 옵니다.
사람이 떠났거나, 다니던 곳이 없어졌거나, 하던 일을 잃었을 때입니다. 비교할 상대가 필요 없습니다. 어제와 오늘의 나만 있으면 됩니다. 있던 자리가 비었으니까요.
박탈감은 다른 사람과 견주었을 때 생깁니다.
그 분은 어제와 오늘 사이에 잃은 것이 없습니다. 집도 그대로이고 일도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같은 출발선에 섰던 동기들이 무언가를 가지는 것을 보는 순간, 나는 받아야 할 것을 못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던 거죠.
그래서 박탈감에는 억울함이 섞이기 쉽습니다. 빼앗긴 사람이 없는데 빼앗긴 것 같은 겁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단톡방을 나오면 그 감정이 조금 옅어질까요? 그렇다면 박탈감 쪽이 맞겠지요. 상실감은 단톡방을 나와도 그대로 남습니다.
상실감이라고 부르시면 무언가를 잃은 사람이 됩니다. 애도할 대상을 찾게 되죠.
박탈감이라고 부르시면 잃은 것이 없다는 것이 보입니다. 비교의 자리를 떠나면 줄어드는 감정이라는 것도요. 같은 저녁인데 들고 오는 무게가 다릅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비어 보이는 것은 같습니다. 원래 있던 것인지만 보시죠.
정확히 부르는 것만으로 작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