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에스프레소를 얇은 유리잔과 두꺼운 잔에 나눠 담아 드린 적이 있어요. 다른 커피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데미타세는 원래 프랑스어로 절반짜리 잔이라는 뜻이에요.
일반 커피잔의 절반쯤 되는 크기죠. 에스프레소 한 잔이 아주 적으니까 거기에 맞춘 잔이에요. 큰 잔에 담으면 바닥에 조금 깔려서 금방 식고 향도 흩어져요.
들어보시면 묵직해요. 그게 멋이 아니라 기능이에요.
에스프레소는 양이 적어서 식는 속도가 빨라요. 그래서 잔이 열을 붙잡아줘야 해요. 미리 데워서 쓰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얇은 유리잔에 담으면 크레마가 예뻐 보이긴 하는데, 맛으로는 손해예요.
바닥이 각지지 않고 둥글게 파여 있는 잔이 많아요.
각이 지면 그 모서리에 크레마가 걸려서 흩어져요. 둥글면 커피가 가운데로 모이면서 크레마가 위에 얹혀 있죠. 그러면 향이 덜 날아가요.
입구가 살짝 좁은 것도 같은 이유예요. 향을 가둬두려는 거예요.
전용 잔이 없으셔도 돼요. 기준만 아시면 돼요.
작고, 두껍고, 안쪽이 둥근 것. 이 셋을 만족하는 잔이 집에 하나쯤 있어요. 작은 도자기 컵이나 소주잔보다 조금 큰 그릇이면 충분해요.
그리고 쓰기 전에 뜨거운 물로 데우세요. 잔이 아무리 좋아도 차가우면 소용없어요.
도구를 하나 더 사는 것보다 잔을 바꾸는 게 값도 덜 들고 차이도 크더라고요.
여름에는 뒤집으시면 돼요.
얇은 유리잔이 오히려 나아요. 손에서 오는 열을 덜 전달하고, 차가운 느낌이 그대로 오거든요. 미리 냉동실에 넣어두시면 더 좋고요.
집에 작은 잔이 있으면 한 번 써보세요. 같은 커피가 다르게 느껴지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