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놓고 답을 못 하다가 시간이 지나 더 어려워지는 일이 있죠. 저도 자주 그래요.
바로 답했으면 한 줄이면 끝났을 걸, 하루가 지나면 왜 늦었는지까지 설명해야 할 것 같아져요.
그래서 더 미루게 돼요. 이틀이 되면 설명이 더 길어지고, 일주일이 되면 이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러다 아예 못 하게 되는 거예요.
휴대폰을 켰다가 알림 목록만 보고 다시 엎어두시기를 세 번 반복하시던 손님이 계셨어요. 그 마음이 뭔지 저도 알아요.
이걸 게으름으로 보시면 자책만 늘어요. 이유가 따로 있더라고요.
첫 번째가 제일 많아요. 성의가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잘하려다가 못 하는 거예요.
이건 제가 반대편에 서보고 알았어요.
답을 기다리는 쪽에서는 길고 좋은 답보다 답이 왔다는 사실이 먼저예요. 한 줄이라도 오면 그날로 마음이 놓여요. 완성된 답을 며칠 뒤에 받는 것보다 훨씬 낫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요즘 이렇게 해요. 바로 못 하겠으면 "지금 가게라 이따 답할게요" 한 줄만 보내요. 그거면 상대는 기다릴 수 있어요.
여기서 많이들 포기하세요. 그런데 늦은 답장도 안 하는 것보다 나아요.
변명을 길게 붙이지 마시고 사실만 말씀하시면 돼요. 늦어서 미안하다, 이제 봤다, 그리고 본론이요. 짧을수록 어색함이 덜해요.
받는 쪽은 대개 생각보다 신경 안 쓰고 계세요. 저도 몇 달 만에 답을 받아본 적이 있는데 그냥 반가웠어요.
늦은 답장에서 상대가 보는 건 늦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결국 왔다는 사실이더라고요.
목록이 길면 시작을 못 하니까 저는 이렇게 갈라요.
세 번째를 정리하는 것만으로 목록이 확 줄어요. 부담의 상당 부분이 실은 안 해도 되는 것들이더라고요.
오늘 미뤄둔 것 중에 제일 짧은 것부터 하나만 보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