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을 찾으시느냐고 여쭤봤더니 그냥 궁금해서 그런 거라고 먼저 말씀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유를 안 물었습니다. 무슨 책인지만 물었죠. 그런데 답보다 해명이 먼저 나온 겁니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 자리를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음을 판단으로 받습니다.
왜 그랬느냐는 말이 사실 확인이 아니라 잘못을 묻는 걸로 들리는 거죠. 그러면 답을 하기 전에 방어할 것부터 찾게 됩니다. 그래서 대화가 늘 한 박자 늦고 길어집니다.
짐작해보면 몇 가지가 겹칩니다.
물음이 실제로 추궁이었던 시기가 있어서. 왜냐고 묻는 말이 늘 혼나기 직전에 왔다면, 그 소리가 신호가 됩니다. 나중에 순한 물음이 와도 몸이 먼저 반응하죠.
설명해야 할 것 같아서. 무엇을 하든 근거를 대야 한다고 배운 경우요. 그러면 안 물어본 것까지 붙이게 됩니다.
안 물어봐 준 시기가 길어서. 이건 반대편인데, 관심을 못 받다가 갑자기 물음이 오면 그것도 부담이 됩니다.
여기가 실제로 손해가 나는 대목입니다.
묻는 쪽은 아무 뜻 없이 물었는데 해명이 돌아오면 무언가 있나 싶어집니다. 없던 의심이 생기죠. 그래서 방어가 오히려 그 자리를 이상하게 만듭니다.
앞서 모른다고 말 못 하는 버릇을 적었는데, 여기도 비슷합니다. 감추려던 게 오히려 드러납니다.
바꾸는 방법은 단순한데 쉽지는 않습니다. 답부터 하시면 됩니다.
이유는 상대가 물으면 그때 대면 되죠. 안 물으면 안 대셔도 되고요. 그 한 박자를 두면 대화가 짧아지고, 짧아지면 부담도 줍니다.
그리고 정말 추궁인지 한 번 확인해보십시오. 어떤 뜻으로 물으신 거냐고요. 대개는 그냥 궁금해서입니다.
모든 물음이 판단은 아니다. 다만 오래 판단받아온 사람에게는 그렇게 들린다.
저는 그때 아무 대꾸도 안 하고 책을 찾아드렸습니다.
그다음부터는 제목만 말씀하시더군요. 여기서는 이유를 안 묻는다는 걸 몇 번 겪으시고 나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