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한 분이 고민을 털어놓으셨습니다. 친구들이 자기를 잘 모르겠다고 한다고요. 속을 잘 안 보여 줘서 그런 것 같은데, 그게 나쁜 건지 모르겠다고 하셨죠. 그 말에 『선악의 저편』의 한 줄을 보여 드렸습니다.
깊은 것은 모두 가면을 사랑한다.
손님이 웃으셨습니다. 숨기는 게 꼭 나쁜 건 아니네요.
이 문장은 『선악의 저편』 제2장, 자유정신을 다룬 부분에 있습니다. 니체는 이어서 이렇게 말하죠. 모든 깊은 정신에는 가면이 필요하다.
앞서 감정 표현이 서툰 성격을 적으며 이 문장을 짧게 빌렸는데, 오늘은 그 뜻을 조금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깊은 것은 쉽게 오해받습니다. 오래 품은 생각이나 감정은 한마디로 설명되지 않죠. 서툴게 꺼내면 가볍게 읽히고 맙니다. 깊은 것은 다치기 쉽습니다. 가장 아끼는 것일수록 함부로 꺼내 보이지 않게 되더군요. 깊은 것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무에게나, 아무 때나 보여 줄 수 없는 거죠. 앞서 가장 고요한 시간 뜻을 적었는데, 알면서도 아직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요.
니체는 그래서 가면을 거짓말이 아니라 보호막으로 봤습니다. 깊은 것을 지키는 껍질이죠.
다만 니체가 말한 가면은 남을 속이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앞서 니체 마술사 뜻을 적었는데, 위대함을 연기하는 것은 니체가 경계한 거짓이었죠.
가면은 없는 것을 있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아무에게나 다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 차이가 크죠.
모든 문을 활짝 열어 둔 집에는 지킬 것이 남지 않는다. 깊은 방일수록 문을 고르는 손이 있다.
다 드러내지 않는다고 자책하지 마십시오. 아끼는 것을 지키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다만 문을 열 한 사람은 두십시오. 가면이 너무 단단하면 아무도 들어올 수 없으니까요. 앞서 어른이 되어 친구 사귀기를 적었는데, 깊은 이야기는 오래 쌓인 관계에서 열리더군요. 가면과 거짓을 구분하십시오. 숨기는 것과 꾸미는 것은 다릅니다.
그 손님은 다음에 오셔서 말씀하셨습니다. 가장 오래된 친구 한 명에게만 요즘 고민을 털어놨다고요. 다른 친구들에게는 여전히 다 말하지 않지만, 이제 그게 미안하지 않다고 하시더군요.
다 보여 주지 못하는 마음은 앞으로도 그대로일 겁니다. 그래도 저는 그 가면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깊은 방의 문을 열 사람을 제가 고르며 그 깊이를 지켜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