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민회의 공지가 붙을 때마다 "어차피 바뀌는 거 없어"라며 지나가는 이웃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들 그분은 관심이 없다고 여겼다고요.
그런데 대화를 해보니 지난 회의 안건을 날짜까지 다 기억하고 계셨답니다. 그건 무관심이 아닙니다. 냉소입니다.
냉소와 무관심은 둘 다 어떤 일에 반응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참여하지 않고, 기대하지 않고, 말을 아낍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똑같이 등을 돌린 모습이죠. 그렇다면 둘은 어디서 갈릴까요?
무관심은 처음부터 마음이 가지 않는 것이고, 냉소는 한때 기대했다가 접고 그 기대를 비웃는 태도입니다.
무관심은 그 일에 마음이 닿은 적이 없는 상태입니다.
모르고, 궁금하지 않고, 기억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무관심한 사람은 그 일에 대해 할 말이 없습니다. 감정이 비어 있으니까요. 무관심에는 날카로움이 없습니다.
냉소는 기대했던 자리에서 생깁니다.
한때는 바뀔 거라 믿고 회의에 나갔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몇 번 실망하고 나니 기대를 접었고, 접은 것을 다시 꺼내지 않으려고 비웃음으로 덮은 거죠. 그래서 냉소에는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날짜까지 기억하신 것이 그 증거입니다.
냉소에는 날이 서 있습니다. "어차피"라는 말이 그 날입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냉소는 무관심보다 그 일과 가깝습니다. 멀어 보이지만 실은 한 번 깊이 들어갔다 나온 자리일까요? 대개는 그렇습니다.
무관심이라면 그대로 두셔도 됩니다. 모든 일에 마음을 쓸 수는 없으니까요.
냉소라면 접어둔 기대가 무엇이었는지 보실 만합니다. 냉소를 무관심이라고 부르면 그 일에서 다쳤던 자리를 놓치게 되겠지요.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반응하지 않는 것은 같습니다. 기대했던 적이 있는지만 보시죠.
이름을 붙이면 크기를 잴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