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뉴스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화면을 오래 보다가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떴습니다. 남은 사람이 저 사람은 관심이 없다고 했지요.
저는 그 판정이 성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용한 것에는 두 종류가 있으니까요.
침묵은 말이 있는 상태입니다. 다만 아직 안 골랐거나, 고른 말이 지금 자리에 안 맞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안에서는 계속 무언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무관심은 고를 말이 없는 상태입니다. 안에서 아무것도 안 돌아갑니다. 그래서 조용합니다.
밖에서 보면 똑같습니다. 둘 다 아무 말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정반대입니다.
말이 없어지는 이유 중에 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가까이서 겪어본 경우입니다.
멀리서 보는 사람은 말이 쉽게 나옵니다. 정리된 문장이 나오지요. 가까이서 겪은 사람은 말이 잘 안 나옵니다. 아는 것이 많을수록 한 문장으로 자르기가 어려워지거든요.
그래서 어떤 주제 앞에서 유독 조용한 사람이 있다면,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주제와 관계가 있어서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조용함을 두고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저 사람이 그 자리를 떠날 때 표정이 어땠습니까?
말이 없다는 사실 하나만 보면 두 개가 같아 보입니다. 앞뒤를 봐야 갈립니다.
이건 남을 볼 때만 쓰는 자가 아닙니다. 내가 조용했던 자리에서도 씁니다.
말을 안 했다는 이유로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정리되는 일이 있습니다. 억울하실 수 있지요. 그런데 상대는 안을 못 보니 밖에 나온 것으로만 판정합니다. 그건 그쪽 잘못이라기보다 정보가 그것뿐이라 그렇습니다.
여기서 자주 걸리는 자리가 있습니다. 오해를 풀려고 억지로 말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그러면 안 고른 말이 나가서 나중에 더 곤란해지지요.
남의 침묵이면 할 일은 판정을 미루는 것입니다. 조용하다는 것 하나로는 자료가 부족하니까요.
내 침묵이면 할 일은 말을 만드는 게 아닙니다. 지금은 할 말을 못 골랐다고 한 줄만 알리는 것입니다. 그 한 줄이면 오해가 안 생깁니다. 내용은 나중에 골라서 말하면 되겠지요.
무관심이면 할 일이 없습니다. 세상 모든 일에 마음을 쓸 수는 없으니 그것도 정상입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오늘 조용했던 사람이 있으면 판정을 하루만 미뤄보시죠. 안에서 무엇이 돌고 있었는지는 대개 나중에 나옵니다.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