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화단에 오래된 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그걸 베어낸다는 얘기가 며칠째 오가더라고요.
이웃분들이 모여 서서 그 얘기를 하시는 걸 지나가다 들었습니다.
베자는 쪽 얘기를 먼저 들었네요.
가지가 창문까지 와서 낮에도 방이 어둡다고 하시더라고요. 낙엽 치우는 일도 매번 같은 분들이 하시고요. 그건 불평이 아니라 실제로 겪고 계신 일이었습니다.
두자는 쪽 얘기도 들었어요.
여름에 그 밑이 유일하게 그늘이라고 하셨습니다. 아이들이 거기서 논다고요. 한 아주머니는 이사 오던 해에도 그 나무가 저만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오래된 것은 쓸모로 설명되지 않는다. 다만 오래 있었다는 사실이 그 자체로 하나의 이유가 된다.
저는 그 나무를 보러 한번 가봤는걸요.
밑동에 빛바랜 끈이 하나 묶여 있더라고요. 누가 언제 묶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색이 다 빠져서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도 모르겠고요.
그 끈을 보고 나서 저는 어느 쪽 편도 못 들겠더라고요.
저는 그 단지에 오래 산 사람도 아니고 낙엽을 치워본 적도 없습니다.
그러니 어느 쪽 말이 맞다고 할 자리가 아니에요. 다만 양쪽 다 자기 자리에서 말하고 있다는 건 알겠더라고요. 어둡다는 것도 진짜고, 그늘이 필요하다는 것도 진짜인걸요.
이런 일에는 옳은 쪽이 하나로 안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정이 어느 쪽으로 나든 한쪽은 서운하겠지요.
그건 어쩔 수 없겠지요. 다만 서운한 쪽이 자기 마음을 어디서도 말 못 하게 되면 그게 오래 남습니다. 결정보다 그 뒤가 더 중요한 셈이군요.
저는 그 나무 사진을 한 장 찍어뒀네요.
막을 힘도 없고 편들 자리도 아니지만 있었다는 건 알아둘 수 있으니까요. 나중에 거기가 비어 있을 때 저 자리에 뭐가 있었는지 아는 사람이 하나는 되는 거겠지요.
오래 보던 것이 없어진다는 얘기를 들으셨다면, 오늘 한 번 눈에 담아두셔도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