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내린 커피가 유난히 빨리 식으신다면 잔을 보셔야 해요.
찬 잔에 뜨거운 커피를 부으면 그 순간 잔이 열을 먹어요.
두꺼운 도자기 잔일수록 더 그래요. 잔이 데워지는 만큼 커피가 식는 거니까요. 저는 온도계로 재보고 놀란 적이 있어요. 부은 지 이 분 만에 마시기 좋은 온도를 지나쳐버렸어요.
그래서 가게에서는 잔을 늘 데워놔요. 커피를 잘 내리는 것만큼 이게 중요하더라고요.
거창하지 않아요.
이게 전부예요. 물을 버릴 때 잔을 한 번 흔들어서 물기를 털어내시면 더 좋아요. 남은 물이 커피를 묽게 하니까요.
가게에서는 기계 위에 잔을 올려두는 자리가 따로 있어요. 늘 따뜻하게 유지되도록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온도마다 다른 맛이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뜨거울 때는 향이 잘 올라오고, 조금 식으면 단맛이 나오고, 더 식으면 산미가 도드라져요. 잔이 차가우면 이 순서가 뭉개져요. 향을 느낄 구간을 통째로 건너뛰는 셈이에요.
잔에 따라 신경 쓰는 정도가 달라요.
두꺼운 도자기는 반드시 데워야 해요. 열을 제일 많이 가져가거든요. 대신 한 번 데워두면 오래 유지돼요. 얇은 유리잔은 열을 덜 가져가는 대신 금방 식어요.
종이컵은 데울 수가 없죠. 그래서 처음부터 조금 뜨겁게 담아드려요.
좋은 원두를 찬 잔에 붓는 건 잘 데운 국을 찬 그릇에 담는 것과 비슷하더라고요.
여름에는 이걸 뒤집으면 돼요.
잔을 냉동실에 잠깐 넣어두었다가 쓰시면 얼음이 훨씬 천천히 녹아요. 아이스 커피가 금방 묽어지는 걸 줄이는 제일 쉬운 방법이에요.
집에서 커피가 금방 식으시면 오늘은 잔부터 데워보세요. 도구를 새로 사는 것보다 훨씬 크게 달라지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