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마가 아주 두껍게 올라온 잔이 있었어요. 그런데 맛이 텅 비어 있었어요.
크레마 색을 보면 대충 짐작되는 게 있긴 해요.
다만 이건 짐작이지 판정이 아니에요. 원두에 따라 원래 색이 다르거든요.
이게 제일 오해가 많은 부분이에요.
크레마는 원두에서 나온 기름과 가스가 만든 거품이에요. 그러니까 가스가 많으면 두껍게 나와요. 볶은 지 얼마 안 된 원두가 그래요.
그래서 갓 볶은 원두는 크레마가 잔뜩 올라오는데 맛은 비어 있는 경우가 있어요. 앞서 말씀드린 디게싱 얘기가 여기서도 나와요.
이것도 알아두시면 좋아요.
로부스타는 크레마가 잘 서요. 그래서 배합에 조금 섞으면 거품이 두껍고 오래가요. 보기에는 훨씬 좋아 보이고요.
그런데 그게 맛이 낫다는 뜻은 아니에요. 보기 좋게 만드는 것과 맛있게 만드는 게 항상 같이 가지는 않더라고요.
크레마가 금방 꺼지면 잘못 뽑은 줄 아시는데 꼭 그렇지도 않아요.
옅게 볶은 좋은 원두는 크레마가 얇고 빨리 꺼지는 경우가 많아요. 대신 향이 아주 좋고요. 저는 그런 잔을 더 좋아해요.
눈으로 보이는 게 맛을 알려주면 편할 텐데, 커피는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색 대신 내려오는 모양과 시간을 보세요.
물줄기가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갈라지면 물이 새고 있는 거예요. 시간이 너무 짧거나 길어도 그렇고요. 그건 실제로 맛에 그대로 나와요.
그리고 결국 한 모금 드셔보는 게 제일 정확해요. 크레마만 보고 판단하지 마시고 마셔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