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산 책 모서리가 벌써 닳았다며 아까워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며칠 들고 다니셨을 뿐인데요. 표지를 싸시면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책에서 제일 빨리 상하는 자리가 정해져 있죠.
표지 네 모서리. 가방에 넣고 빼는 동안 눌리고 접히죠. 책등 위아래. 서가에서 꺼낼 때 손가락을 걸면 거기가 찢어지죠. 저희가 제일 많이 고치는 자리입니다. 앞표지 가운데. 손이 닿는 데라 기름이 배고 색이 바랩니다.
싸는 건 이 세 군데를 덮는 일이죠.
투명 필름. 도서관에서 쓰는 것입니다. 접착면이 있어 한 번 붙이면 안 떨어지죠. 문구점에서도 팔죠. 깔끔한데 되돌리기가 어렵습니다. 종이나 천. 접어서 끼우는 방식이라 언제든 풀 수 있습니다. 표지가 안 보이는 게 싫으시면 이쪽은 안 맞고요. 책싸개나 북커버. 사서 쓰는 물건입니다. 책마다 크기가 달라 딱 맞추기는 어렵죠.
집에서 하실 때 걸리는 데만 적겠습니다.
책보다 넉넉하게 자르십시오. 사방으로 삼 센티쯤 남기시면 되죠. 가운데부터 붙여 바깥으로 미십시오. 한쪽 끝부터 붙이면 공기가 갇히죠. 모서리는 대각선으로 잘라 접으십시오. 그냥 접으면 뭉치고 들뜹니다. 책등은 억지로 당기지 마십시오. 팽팽하게 하면 책이 안 펴지죠.
처음에는 한두 권 버리실 각오를 하시는 게 낫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한쪽만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표지가 특별한 책. 종이 질감이나 돋을새김이 살아 있는 표지는 필름을 씌우면 그 맛이 없어집니다. 앞서 책 표지가 비슷해 보이는 이유를 적었는데, 공들인 표지일수록 아깝죠. 나중에 팔거나 물려주실 책. 필름은 떼면 표지가 뜯깁니다. 헌책으로 넘기실 생각이면 안 싸시는 게 낫습니다. 금방 읽고 보낼 책. 싸는 데 드는 시간이 아깝고요.
사실 이쪽이 더 큽니다.
가방에 세워 넣으십시오. 눕혀서 다른 짐에 눌리는 게 모서리를 가장 빨리 망칩니다. 책등을 잡고 꺼내지 마십시오. 위아래를 밀어 꺼내시면 됩니다. 앞서 서가를 걷다 책을 만나는 법을 적었는데, 그때도 이렇게 꺼내시면 됩니다. 띠지를 버리지 마십시오. 접어서 책갈피로 쓰시면 표지를 한 겹 더 덮는 셈이 되죠.
들고 다니시면서 이상하다 싶으셨을 겁니다.
저희는 들어오는 책을 전부 쌉니다. 여러 사람이 쓰니까요. 그래서 도서관 책이 오래 갑니다. 앞서 빌린 책이 망가졌을 때 처리를 적었는데, 그 일이 줄어드는 게 이 한 겹 덕입니다.
오래 두고 볼 책과 한 번 읽고 보낼 책은 다루는 법이 다르다. 먼저 그걸 정하시면 된다.
그 책은 안 싸셨습니다. 표지가 예쁜 책이라서요.
대신 가방에 세워 넣고 다니신다고 하시더군요. 그것만으로도 꽤 다르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