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공채 시즌이 되면 카페에서 자기소개서를 쓰시는 손님이 부쩍 늘어요. 노트북을 펴고 몇 시간째 같은 화면을 보고 계세요. 카운터에서 보면 이 시기 저녁 가게는 조용한 도서관 같아요.
어느 밤에 세 시간째 같은 자리에 앉아 계시던 손님이 있었어요. 마감 직전에 빈 잔을 들고 오셨어요.
"첫 문장만 열두 번 고쳤어요." 웃으시면서 하신 말이었는데, 얼굴은 많이 지쳐 보이셨어요. 결국 그날은 첫 문단도 다 못 쓰셨대요. 저는 따뜻한 물 한 잔을 드리고 그날은 그만 들어가시라고 했어요.
이 시기에 자기소개서 쓰시는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비슷해요.
세 번째 말이 제일 마음에 걸려요. 카운터에서 보면 다들 충분히 열심히 사신 분들이에요. 그런데 그걸 몇 줄로 줄이려니까 작아 보이는 거예요.
솔직히 자기소개서에 대해서는 제가 해 드릴 말이 없어요. 저는 그런 걸 써 본 지 오래됐거든요.
대신 자리를 지켜 드려요. 오래 앉아 계셔도 눈치 안 드리고, 콘센트 자리를 비워 두고요. 그리고 늦은 시간엔 커피보다 차를 먼저 권해 드려요. 밤새 쓰실 것 같은 분일수록요.
가끔 다 쓰고 제출하셨다고 일부러 말씀해 주러 오는 분들이 계세요. 그럴 때 제일 기뻐요.
첫째, 첫 문장은 마지막에 쓰세요. 손님 한 분이 그렇게 했더니 훨씬 빨리 끝났대요.
둘째, 한 번에 다 쓰려고 하지 마세요. 오늘은 한 문항만, 이렇게 나누면 덜 지쳐요.
셋째, 다 쓴 글은 하룻밤 재워 두세요. 다음 날 아침에 보면 고칠 데가 보여요.
몇 줄로 줄어든다고 당신이 작아지는 건 아니에요. 오늘도 충분히 애쓰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