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이 뜸해진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그동안 누가 먼저 연락했는지를 세어봤네요.
세 볼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새 세고 있더라고요. 그게 저는 좀 놀라웠습니다.
줄 때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셈을 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갚아달라고 한 것도 아니었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숫자가 남아 있더군요. 안 센다고 생각했는데 어딘가에서는 계속 세고 있었던 겁니다.
대가 없이 준다고 믿는 마음도, 오래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으면 장부를 펼친다.
숫자가 보이는 순간부터는 좀 다르게 보여요.
내가 먼저 한 게 몇 번인지, 저쪽이 한 게 몇 번인지가 눈에 붙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이 야박해 보이기 시작하는걸요. 세기 전에는 아무렇지 않던 게 세고 나니까 서운해지는 겁니다.
처음에는 그런 저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순수하지 못한 것 같고 잔 것 같고요. 좋은 마음으로 한 건데 결국 값을 매기고 있는 셈이잖아요. 한동안은 그 부끄러움 때문에 더 마음이 무거웠네요.
그런데 요즘은 좀 다르게 봅니다.
세기 시작했다는 건 그동안 안 받아도 괜찮은 척을 오래 해왔다는 뜻이겠지요. 정말 괜찮았으면 셀 일도 없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그 숫자는 욕심이 아니라 지쳤다는 표시에 가까운걸요.
부끄러워할 게 아니라 알아차려야 할 대목이었던 셈이군요.
숫자가 보이면 저는 두 가지 중에 하나를 합니다.
주는 양을 좀 줄이거나, 아니면 받고 싶다고 말해보거나요. 말하는 쪽이 훨씬 어렵습니다. 그래도 말없이 계속 주다가 혼자 서운해지는 것보다는 낫더라고요.
한번 세고 나면 그다음은 좀 편해집니다.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를 알게 되니까요. 알고 나면 계속 세지 않아도 되는걸요. 저는 그 사람한테 얼마 전에 먼저 연락을 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숫자가 좀 흐려졌네요.
오늘 준 것을 세고 계셨다면, 그건 야박해진 게 아니라 오래 참으셨다는 뜻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