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사기를 당했다며 울면서 전화했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은 계좌 내역부터 캡처해서 보내라고 하셨다고요.
그러자 친구가 "넌 어쩜 그렇게 냉담하냐"고 했답니다. 그 분은 그날 밤 내내 그 말이 걸렸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날의 태도는 냉담이 아니라 냉정이었습니다.
냉정과 냉담은 둘 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차갑게 보이는 태도입니다.
목소리가 차분하고, 위로의 말이 없고, 할 일부터 말합니다. 듣는 쪽에서는 같은 온도로 느껴지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냉정은 바르게 판단하기 위해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고, 냉담은 상대에 대한 관심이나 마음을 거두어 무심하게 대하는 것입니다.
냉정에는 감정이 있습니다.
친구가 걱정되고, 화도 나고, 당황스럽습니다. 다만 지금은 그것보다 할 일이 먼저라고 판단해서 누르는 거죠. 계좌 내역을 먼저 챙기라는 말은 친구를 돕기 위한 말이었습니다. 냉정은 상대를 향해 있습니다.
냉담에는 상대를 향한 마음이 없습니다.
어떻게 되든 상관없고, 굳이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냉담한 사람은 할 일도 챙겨주지 않습니다. 그 일이 자기와 상관없다고 여기니까요. 그 분이 정말 냉담했다면 계좌 내역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겠지요.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듣는 사람은 온도만 느끼기 쉽습니다. 그러니 냉정이 냉담으로 들리는 일이 자주 생기죠.
냉정이었다면 스스로를 탓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할 일을 말하기 전에 한 문장을 먼저 건네면 온도가 달라집니다. "많이 놀랐겠다" 같은 말이요.
냉담이었다면 그 관계에서 내 마음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보셔야 합니다. 같은 차분함이라도 이름에 따라 고칠 곳이 다릅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차갑게 보이는 것은 같습니다. 상대를 향해 있었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