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을 이야기하고 나오셨는데, 상대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하시더군요. 본인 얘기는 다 기억하시고요.
즐거우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나오고 나서 허전하셨다고도 하셨어요.
대화와 수다는 둘 다 두 사람이 말하는 일입니다.
둘 다 시간이 가고, 둘 다 웃습니다. 시간의 길이로도 안 갈립니다. 십 분짜리 대화가 있고 두 시간짜리 수다가 있습니다.
갈리는 것은 상대의 말이 내 다음 말에 들어오느냐입니다.
수다는 각자 자기 이야기를 순서대로 하는 것입니다.
내가 말하고, 상대가 말하고, 다시 내가 말합니다. 그런데 내 다음 말은 상대가 한 말과 상관없이 원래 하려던 것입니다. 상대의 말은 내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지나갑니다.
수다가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편하고 즐겁습니다. 애쓸 것이 없으니까요.
대화는 상대가 한 말이 내 다음 말을 바꾸는 것입니다.
들은 것 때문에 원래 하려던 말을 안 하게 되거나, 질문이 생기거나, 방향이 바뀝니다. 그래서 대화는 어디로 갈지 미리 모릅니다.
그래서 대화는 힘이 좀 듭니다. 듣는 동안 자기 차례를 준비할 수가 없거든요.
나오고 나서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두 시간을 하고 상대 얘기가 안 떠오르면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각자 말한 것이겠지요.
여기가 오늘의 요점입니다.
수다를 하고 나면 즐거운데 허전합니다. 말을 많이 했는데 전달된 느낌이 없어서예요. 상대가 내 말을 받아서 다음 말을 만든 적이 없으면, 내 말이 도착했다는 증거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사람이 많이 만나는데도 외로울 수 있습니다. 만난 횟수가 아니라 도착한 횟수가 다른 겁니다.
수다가 나쁜 게 아니니 줄이실 필요는 없습니다.
할 일은 한 번에 하나만 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한 말에서 하나를 골라 질문을 하시면 됩니다. 그 순간부터 그 자리는 대화가 됩니다.
질문 하나면 충분합니다. 상대도 자기 말이 도착한 것을 알게 되고요.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말이 오간 것은 같습니다. 상대의 말이 떠오르는지만 보시죠.
구분이 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