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앓다가 처음 바깥에 나왔다는 손님이 계셨습니다. 도서관 앞 화단에서 한참 꽃을 들여다보다 들어오셨죠. 늘 지나치던 꽃인데 오늘은 처음 보는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그 말에 『차라투스트라』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3부에 있는 장입니다. 어느 날 아침 차라투스트라는 자기 안에 오래 묻어 둔 가장 무거운 생각을 불러냅니다. 앞서 영원회귀를 적었는데, 바로 그 생각이었죠.
그런데 그 생각의 무게에 짓눌려 그는 쓰러집니다. 그리고 이레 동안 일어나지 못하죠. 그의 곁을 지키던 독수리와 뱀이 열매를 가져다 놓으며 기다립니다.
이레가 지나 차라투스트라가 몸을 일으키자, 동물들이 말을 겁니다.
밖으로 나오라. 세계가 정원처럼 너를 기다린다. 바람과 향기와 시냇물이 모두 너를 그리워한다고요.
그리고 동물들은 노래하듯 말하죠. 모든 것은 가고 모든 것은 돌아온다. 존재의 수레바퀴는 영원히 굴러간다. 차라투스트라를 쓰러뜨린 그 무거운 생각이, 일어선 이에게는 노래가 되는 순간입니다.
이 장이 아름다운 건 쓰러지는 장면을 숨기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가장 강해 보이던 차라투스트라도 이레를 누워 있었죠. 앞서 즐거운 학문 뜻을 적으며 회복기의 기쁨을 이야기했는데, 니체에게 회복은 늘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쓰러졌다 일어난 사람은 같은 세상을 다르게 봅니다. 그 손님이 늘 보던 꽃을 처음 보는 것 같다고 하신 것처럼요.
쓰러진 자리를 부끄러워하지 마라. 그 자리에서 일어선 자만이 세상을 처음 보는 눈을 얻는다.
무너진 시간을 탓하지 마십시오. 차라투스트라에게도 이레가 필요했습니다. 곁을 지켜 준 것들을 기억하십시오. 독수리와 뱀처럼, 말없이 기다려 준 사람이나 작은 것들이 있었을 겁니다. 일어선 날의 눈을 붙잡아 두십시오. 처음 보는 듯한 그 감각을 적어 두면 오래갑니다. 앞서 무뎌진 마음을 적었는데, 이 감각이 그 무뎌짐을 깨워 주죠.
그 손님은 그날 원예 책 한 권을 빌려 가셨습니다. 집 앞에 작은 화분을 하나 놓아 보겠다고요. 다시 일어난 기념으로요.
쓰러지는 날은 누구에게나 옵니다. 그래도 저는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정원처럼 기다리던 세상을 처음 보는 눈으로 다시 걸어 들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