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취업 준비 중인 조카에게 인사를 건네신 분이 계셨습니다. 좋은 말을 하려다 "취업 축하해"라고 해버리셨다고요.
어색한 침묵이 흘렀고, 옆에서 어머니가 고쳐 말해주셨답니다. 그 분은 좋은 뜻이었는데 왜 어색해졌는지 알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자리에 필요했던 것은 축하가 아니라 덕담이었습니다.
축하와 덕담은 둘 다 상대에게 좋은 일이 있기를 바라며 건네는 말입니다.
웃으며 건네고, 듣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합니다. 좋은 뜻이라는 점이 같으니 섞어 쓰게 되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축하는 이미 일어난 좋은 일을 함께 기뻐하는 말이고, 덕담은 앞으로 좋은 일이 있기를 비는 말입니다.
축하는 좋은 일이 이미 일어났을 때 건네는 말입니다.
합격했고, 결혼했고,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사실이 있어야 축하가 성립하죠. 그래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축하를 건네면 듣는 사람은 그 일이 없다는 것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그날의 침묵이 그 자리였습니다.
덕담은 아직 오지 않은 좋은 일을 빌어주는 말입니다.
잘될 거다, 건강해라,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기를 같은 말들입니다. 사실이 필요 없습니다. 바람이 들어 있을 뿐이죠. 그래서 덕담은 아직 결과가 없는 사람에게 건네기 좋은 말입니다. 어머니의 말이 덕담이었습니다.
말을 건네기 전에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같은 좋은 뜻이라도 시점이 틀리면 듣는 쪽에서는 아프게 들립니다. 그 조카도 그랬겠지요.
축하할 자리라면 일어난 일을 구체적으로 짚어 기뻐해 주시면 됩니다.
덕담할 자리라면 결과보다 그 사람의 시간을 빌어주시면 됩니다. 붙을 거라는 말보다 준비하는 동안 몸 상하지 말라는 말이 더 정확한 덕담일 때도 있습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잘되기를 바라는 것은 같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인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