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를 앞에 두고 펜을 들었다 놓기를 여러 번 하시다가 결국 이름만 쓰고 가신 손님이 계셨어요.
짧은 한 줄인데 어렵죠. 저도 그래요.
기쁜 일이면 너무 가볍지 않을까 걱정되고, 슬픈 일이면 괜히 아프게 하지 않을까 싶고요. 그래서 지웠다 쓰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 보내게 돼요.
그런데 받는 쪽에서 보면 문장이 좋아서 기억에 남는 게 아니더라고요. 왔다는 사실이 남아요.
길게 쓰면 실수할 자리가 늘어나요.
위로하는 자리에서 특히 그래요. 왜 그렇게 됐는지, 앞으로 어떨지를 말하려고 하면 대개 어긋나요. 그냥 마음이 쓰인다는 정도가 제일 안전해요.
카운터에서 손님들 얘기를 들으면서 알게 된 것들이에요.
힘내라는 말은 받는 쪽에서 부담이 될 때가 있어요. 이미 힘을 다 쓰고 계신 분한테는요.
이유를 찾아주는 말도 그래요. 다 뜻이 있다거나 더 좋은 일이 온다는 말은 지금 겪는 일을 가볍게 만들어버려요.
비교하는 말은 제일 조심하셔야 해요. 나도 그런 적 있다는 말이 위로가 될 때도 있지만, 대개는 화제가 나한테 넘어와요.
이 말씀을 제일 드리고 싶어요.
문장이 서툴러도 보내는 쪽이 안 보내는 것보다 훨씬 나아요. 못 보낸 인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못 보내게 돼요. 그러다 그 사람과 사이가 어색해지기도 하고요.
저도 몇 번 그랬어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미루다가 결국 아무 말도 못 한 적이요. 그게 지금도 걸려요.
좋은 문장을 찾느라 늦는 것보다, 서툰 문장이 제때 가는 게 낫더라고요.
이미 시간이 지났으면 그 사실만 짧게 붙이시면 돼요.
늦게 알았다거나 이제야 연락한다고 한 줄 쓰시고 본론으로 가세요. 길게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받는 쪽은 늦은 것보다 왔다는 걸 먼저 보세요.
뭐라고 써야 할지 막히시면 상황만 말씀해주세요. 한 줄은 같이 만들어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