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다닌 단골 서점이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을 보신 분이 계셨습니다. 그 앞에서 사진 한 장을 찍고 조용히 돌아섰다고 하시더군요.
그 분은 자기가 생각보다 덤덤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그 사진을 몇 번이나 다시 열어보셨답니다. 그렇다면 그날의 차분함은 덤덤함이 아니라 담담함입니다.
담담함과 덤덤함은 둘 다 큰일 앞에서 겉으로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입니다.
목소리가 일정하고, 표정이 조용하고, 할 일을 합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같은 모습이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담담함은 감정이 있는데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상태이고, 덤덤함은 감정이 별로 일지 않아 아무렇지 않은 상태입니다.
담담함은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아쉽고, 서운하고, 무언가가 끝난다는 것을 압니다. 다만 그것에 휩쓸리지 않고 받아들이는 거죠. 그래서 담담함은 나중에 흔적이 남습니다. 사진을 다시 열어보는 손이 그 흔적입니다.
담담함에는 감정을 붙들고 있는 힘이 들어 있습니다.
덤덤함은 그 일이 마음에 크게 닿지 않은 상태입니다.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합니다. 붙들고 있는 감정이 없으니 나중에 흔적도 별로 남지 않습니다. 그 서점이 그 분께 별 의미가 없었다면 사진을 찍지도, 다시 열어보지도 않았겠지요.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겉모습만 보면 구분이 안 됩니다. 나중에 그 일을 다시 떠올리는지가 이름을 알려줍니다.
담담함을 덤덤함이라고 부르시면 있는 감정을 없는 것으로 치게 됩니다. 그러면 사진을 다시 여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지죠.
담담함이라고 부르시면 감정이 있었고, 그걸 잘 붙들고 있었다는 것이 보입니다. 그 감정이 얼마만 한 크기였는지도 그때 비로소 보입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흔들리지 않은 것은 같습니다. 감정이 있었는지만 보시죠.
이름을 붙이면 크기를 잴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