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신 커피를 한 줄씩 적어 두면 내가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서서히 보여요. 원두 이름, 어디서 마셨는지, 맛 한두 단어만 적어도 충분해요. 몇 달 쌓이면 원두를 고를 때 훨씬 덜 헤매게 돼요.
단골 손님 한 분이 작은 수첩을 보여주셨어요. 석 달 동안 마신 커피를 적어 오셨대요.
수첩을 넘기면서 말씀하셨어요. "제가 산미 있는 걸 좋아하는 줄 몰랐어요. 적어 보니 알았어요." 좋았다고 적은 커피가 대부분 에티오피아나 케냐였대요. 그 뒤로는 원두를 고를 때 수첩부터 펴세요.
어려운 말은 필요 없어요. 앞서 향미 휠 얘기를 드린 적이 있는데, 그걸 몰라도 괜찮아요. 내가 느낀 말로 적는 게 제일 좋아요.
첫째, 취향이 보여요. 좋았던 커피끼리 공통점이 생겨요.
둘째, 같은 실수를 덜 해요. 별로였던 원두를 또 사지 않아요.
셋째, 맛을 더 집중해서 느껴요. 적어야 하니까 한 모금을 더 신경 써서 마셔요.
넷째, 대화가 쉬워져요. 카페에서 "이런 맛을 좋아해요"라고 말하기 편해져요. 바리스타도 훨씬 잘 골라 드릴 수 있어요.
매일 쓸 필요는 없어요. 새 원두를 마실 때만 적어도 충분해요. 휴대폰 메모장도 괜찮아요. 앞서 일기 얘기를 드렸을 때처럼, 길게 쓰려고 하면 금방 지쳐요.
저도 새 원두가 들어오면 가게 노트에 꼭 적어요. 몇 년치가 쌓였는데, 가끔 펼쳐 보면 제 입맛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보여요.
기록하면 나를 조금 더 알게 돼요. 오늘 마신 한 잔도 당신의 취향을 알려 주는 한 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