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을 내리실 때 처음에 물을 조금만 붓고 잠깐 기다리시죠. 그 단계 이름이 블룸이에요.
원두를 볶으면 안쪽에 가스가 생겨요. 그게 며칠에 걸쳐 천천히 빠져나가죠.
여기에 뜨거운 물이 닿으면 남아 있던 가스가 한꺼번에 나와요. 그래서 가루가 부풀어 오르는 겁니다. 거품처럼 보이는 게 그거예요.
이 가스가 남아 있으면 물이 커피 사이로 못 들어가요. 가스가 밀어내니까요. 그러니 먼저 빼주고 시작하는 거고요.
물이 골고루 안 닿아요.
어떤 부분은 잘 우러나고 어떤 부분은 그냥 젖기만 해요. 그러면 한 잔 안에 진한 맛과 밍밍한 맛이 섞여요. 어딘가 지저분하게 느껴지는 커피가 대개 여기서 나와요.
시간은 길게 잡으실 필요 없어요.
가루가 잠길 정도로만 물을 붓고 삼십 초쯤 두시면 돼요. 물을 너무 많이 부으면 그냥 추출이 시작되는 거라 의미가 없어요. 조금만요.
부푼 게 가라앉기 시작하면 그때 이어서 부으시면 됩니다. 눈으로 보고 판단하시는 게 초를 세는 것보다 정확해요.
이게 이 단계의 숨은 쓸모예요.
가루가 하나도 안 부풀어서 제 실력을 의심한 아침이 있었어요. 봉지 날짜를 보니 두 달이 지나 있었어요. 가스가 이미 다 빠져나간 상태였던 거죠.
그래서 저는 블룸을 원두 상태 확인용으로도 써요. 날짜를 안 봐도 그 자리에서 알 수 있거든요.
부푸는 걸 보는 건 예뻐서가 아니라 원두가 살아 있는지를 보는 거더라고요.
프렌치프레스나 에어로프레스에서도 똑같이 하시면 좋아요.
물을 다 붓기 전에 조금만 넣고 한 번 저은 다음 삼십 초 두세요. 그다음에 나머지를 부으시면 돼요. 이 한 단계가 도구를 가리지 않고 통해요.
오늘 내리실 때 물을 부었을 때 부푸는지만 한번 보세요. 그게 원두 상태를 제일 빨리 알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