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다 부었는데도 한 방울도 안 떨어져서 고장인 줄 알고 들고 오신 손님이 계셨어요. 그게 정상이에요.
생긴 건 일반 드리퍼랑 비슷한데 바닥에 장치가 하나 있어요.
컵 위에 올려놓기 전까지는 닫혀 있어요. 그래서 물을 부어도 안 내려가요. 컵 위에 올리면 그 무게로 열려서 한 번에 쏟아져요.
그러니까 그 손님은 고장 난 걸 들고 오신 게 아니라 아직 컵에 안 올리신 거였어요.
앞서 프렌치프레스와 드립 얘기를 드렸죠.
잠겨 있으니 손 차이가 덜 나고, 종이 필터를 쓰니 깔끔해요. 두 방식의 장점을 하나씩 가져온 셈이에요.
순서가 이렇습니다.
필터를 끼우고 원두를 넣은 다음 물을 다 붓고, 한 번 저은 뒤 뚜껑을 덮고 삼사 분 기다려요. 그다음 컵 위에 올리면 내려와요.
물줄기를 신경 쓸 일이 없어요. 앞서 드립포트 얘기할 때 물줄기가 맛을 바꾼다고 말씀드렸는데, 이 도구는 그 변수가 아예 없어요.
잠겨 있는 시간이 기니까 곱게 갈면 과하게 뽑혀요.
드립보다 한 단계 굵게, 프렌치프레스보다는 조금 가늘게 잡으시면 돼요. 앞서 기구별 굵기 얘기할 때 말씀드린 원리 그대로예요.
시간은 삼 분에서 시작해서 맛을 보고 조절하시면 됩니다.
손이 서툴러서 드립을 포기하신 분한테 저는 이 도구를 제일 먼저 권해드려요.
필터째 버리고 헹구면 끝이에요.
프렌치프레스처럼 거름망을 분해할 일도 없고요. 다만 바닥 장치 주변에 가루가 끼니까 가끔 분해해서 닦아주시면 좋아요.
여러 잔을 한 번에 만들기도 쉬워요. 큰 컵에 받아서 나눠 따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