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 미팅에서 상대가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걸 아신 분이 계셨습니다. 반가워서 "동창이시네요"라고 하셨다고요.
그런데 상대가 열다섯 해 선배였답니다. 그 분은 말을 고쳐 "동문이시네요"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고친 말이 정확했습니다.
동창과 동문은 둘 다 같은 학교를 나온 인연으로 이어진 사람을 가리킵니다.
반갑고, 공통의 이야깃거리가 있고, 같은 교가를 압니다. 학교가 같다는 점이 같으니 섞어 쓰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동창은 같은 학교를 같은 시기에 함께 다닌 사람이고, 동문은 시기와 상관없이 같은 학교를 나온 사람입니다.
동창은 시간을 함께 보낸 사이입니다.
같은 해에 입학하거나 졸업했고, 같은 복도를 걸었고, 같은 선생님을 기억합니다. 서로 몰랐더라도 같은 시기의 학교를 알고 있죠. 그래서 동창에게는 "그때 그 일 기억나?"라는 말이 통합니다.
동창은 그 시절의 나를 아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만나도 금방 그때 말투가 돌아오죠.
동문은 더 넓은 이름입니다.
열다섯 해 선배도, 열 해 후배도 같은 학교를 나왔다면 동문입니다. 함께 다닌 시간은 없어도 같은 교문을 지났다는 인연이죠. 그래서 동문에게는 "그때 그 일"보다 "그 학교는 요즘 어떤지"라는 말이 더 맞습니다. 동창도 모두 동문에 들어갑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동창회라는 이름 아래 여러 기수가 모이는 경우도 있어서 일상에서는 섞여 쓰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처음 만난 자리에서는 정확한 쪽이 덜 어색하겠지요.
동창이라면 같은 시기의 이야기로 시작하시면 됩니다.
동문이라면 학교 이야기로 시작하시면 됩니다. 기수를 먼저 여쭤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름이 정확하면 첫마디가 쉬워집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학교로 이어진 것은 같습니다. 다닌 시기가 겹치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