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 앞에서 이십 분을 서 계시다가 결국 아무것도 안 사고 나가신 손님이 계셨어요.
선물을 못 고르는 건 성의가 없어서가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반대예요.
잘 주고 싶으니까 어려운 거예요. 상대가 이미 갖고 있으면 어쩌나, 취향이 아니면 어쩌나, 너무 싸 보이면 어쩌나. 생각이 늘어날수록 손이 멈춰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결국 아무것도 못 드리게 돼요. 저도 그런 적이 있어서 그 얼굴을 알아봐요.
저는 이렇게 바꾸고 나서 편해졌어요. 좋아할까가 아니라 쓸까를 봐요.
좋아할지는 알 수가 없어요. 그건 상대 마음이니까요. 그런데 쓸지 안 쓸지는 생활을 보면 어느 정도 보여요.
세 번째가 함정이에요. 크고 예쁜 물건은 고를 때 뿌듯한데, 받는 쪽에서는 둘 데를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가게에서 선물을 고르시는 분들한테 저는 이렇게 말씀드려요.
먹거나 쓰면 없어지는 물건이 제일 부담이 적어요. 취향이 조금 안 맞아도 며칠이면 지나가니까요. 반대로 오래 남는 물건은 안 맞으면 계속 눈에 보여요.
그래서 커피나 차, 간식 같은 게 오래 사랑받는 거예요. 특별해서가 아니라 틀렸을 때 서로 부담이 없어서요.
이건 카운터에서 여러 번 확인한 거예요.
받는 분들이 오래 기억하시는 건 값이 아니라 나를 보고 골랐다는 표시예요. 지난번에 말한 걸 기억했다든가, 내가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다든가요.
한 손님은 단골이 좋아하는 원두를 기억해뒀다가 사 가셨어요. 별로 안 비싼 거였는데 받은 분이 한참 얘기하시더라고요. 값이 아니라 기억이 남은 거예요.
잘 고른 선물보다 나를 보고 고른 티가 나는 선물이 더 오래 가요.
이렇게 좁히시면 대개 나와요.
이 정도면 충분해요. 완벽한 선물을 찾으려고 하면 계속 못 고르시게 돼요. 고민한 시간이 길다고 더 좋은 게 나오지도 않더라고요.
그리고 늦었다고 안 주시는 게 제일 아쉬워요. 조금 늦어도 드리는 편이 훨씬 나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