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 손님 하나가 들어오면서 그러더라. 높은 산에 첫 얼음이 얼었대. 뉴스에 나왔다고.
다른 손님들이 놀랐어. 벌써냐고. 낮엔 아직 따뜻한데. 한 손님은 그 산에 지난주에 다녀왔는데 그땐 단풍이 한창이었대.
단풍이랑 얼음이 같은 산에 같이 있는 거야. 철이 바뀌는 게 산꼭대기부터 오나 봐.
그 소식 듣고 내가 제일 먼저 한 건 물독이야.
객잔 뒤에 큰 물독이 있어. 우물에서 길어 온 물을 담아두는 거. 겨울에 이게 얼면 금이 가. 물이 얼면서 부풀거든. 객잔 첫 해에 하나를 그렇게 깨먹었어.
그래서 그날 밤 처음으로 물독에 뚜껑을 덮고, 짚을 둘러줬어. 아직 얼 날씨는 아니지만, 산에서 얼음 소식이 오면 그때부터 챙겨.
손님들 얘기 들으면서 알았어. 추위는 위에서부터 내려와. 산꼭대기에 먼저 얼음이 얼고, 그다음에 산 아래, 그다음에 마을.
단풍 얘기할 때 산이 위에서부터 물든다고 했었지. 얼음도 같은 길로 와. 단풍이 지나간 자리를 얼음이 따라오는 거야.
무협엔 계절이 드물다고 전에 적었어. 근데 겨울은 가끔 나와. 대개 눈 덮인 산에서 싸우는 장면이야.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검을 겨누고, 눈보라 속에서 쫓고 쫓겨. 답설무흔처럼 눈 위에 발자국 안 남기는 경공도 이때 나오지.
근데 무협은 겨울 준비는 안 보여줘. 물독에 뚜껑 덮는 고수는 없어. 객잔 주인 눈엔 그게 제일 궁금해. 저 고수들 사는 집 물독은 누가 챙겼을까.
물독 챙기고 나서 하나 더 정했어. 이제부터 국을 더 뜨겁게 내기로.
첫 얼음 소식은 산 얘기지만, 손님들 몸은 그 소식을 먼저 알아. 들어오면서 손을 비비는 손님이 늘었거든.
첫 얼음 소식 들리면 객잔 생각해. 물독 뚜껑 덮고 국은 뜨겁게 끓여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