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설정인데 어떤 잔만 시고 밍밍한 날이 있어요. 그럴 때 저는 남은 가루를 봐요.
다 내린 뒤에 가루 표면에 구멍이 뚫려 있고 한쪽만 파여 있던 적이 있어요.
그게 채널링이에요. 물이 가루 전체를 고르게 지나가지 않고 한 자리로만 뚫고 내려간 거죠. 그 길로 물이 다 빠져나가니까 나머지 가루는 거의 안 우러나요.
그러면 한 잔 안에 과하게 뽑힌 부분과 거의 안 뽑힌 부분이 섞여요. 시면서 동시에 밍밍한 그 이상한 맛이 여기서 나와요.
물이 지나가기 쉬운 자리가 생기면 물은 반드시 그쪽으로 가요.
세 번째가 집에서 제일 흔해요. 높은 데서 콸콸 부으면 그 자리에 구멍이 나요.
원인마다 답이 정해져 있어요.
표면을 평평하게. 가루를 담고 드리퍼를 살짝 흔들어서 고르게 펴세요. 이거 하나로 꽤 줄어요.
물은 낮게 천천히. 주전자 끝을 가루 가까이 대고 가늘게 부으세요. 가운데부터 원을 그리듯이요.
블룸을 하세요. 가스를 먼저 빼두면 부풀면서 갈라지는 게 없어져요.
가장자리를 피하세요. 벽에 붙은 가루에 직접 물을 부으면 그쪽으로 새요. 가운데 팔십 퍼센트 안에만 부으시면 돼요.
머신을 쓰시면 이게 눈에 확 띄어요.
내려오는 물줄기가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갈라지면 채널링이에요. 그러면 시간이 짧게 끝나고 맛은 시죠. 가루를 담고 평평하게 다지는 과정이 중요한 이유가 이거예요.
다 뽑고 나서 가루 덩어리를 빼보시면 구멍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어요. 거기가 물이 뚫고 간 자리예요.
커피가 이상할 때 원두를 의심하기 전에 남은 가루를 보면 답이 적혀 있더라고요.
다 내린 다음에 삼 초만 보시면 돼요.
표면이 고르게 젖어 있고 가운데가 살짝 오목하면 잘된 거예요. 구멍이 뚫려 있거나 한쪽만 말라 있으면 물이 한쪽으로 샌 거고요.
이 습관 하나가 집에서 커피를 잡는 데 제일 빨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