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걸 알면서도 연락을 못 하고 있었습니다. 메시지 창을 열어 몇 자 적었다가 지웠어요.
그러고는 주머니에 넣고 그냥 걸음만 빨리했네요.
이상한 건 시간이 없어서 못 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몇 초면 되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그 몇 초를 안 쓰고 뛰었어요. 뛴다고 늦은 게 안 늦은 게 되지도 않는걸요.
사과를 미루는 사람은 게으른 것이 아니라, 아직 잘못을 자기 입으로 말할 준비가 안 된 것이다.
왜 못 하나 생각해보면 이런 쪽입니다.
늦는다고 보내는 순간 제가 늦었다는 게 확정이 되잖아요. 안 보내고 있는 동안은 아직 어떻게든 될 것 같은 겁니다. 물론 착각이지요. 시간은 그대로 가고 있으니까요.
한 번은 제가 기다리는 쪽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알았어요. 늦는 것보다 아무 말이 없는 게 훨씬 불편하더군요. 언제 오는지를 모르니까 뭘 할 수도 없고 그냥 서 있게 됩니다. 십 분 늦는다는 말이라도 오면 그 십 분을 쓸 수가 있는걸요.
그러고 나서 좀 다르게 보게 됐습니다.
늦는다는 연락은 변명이 아니라 상대에게 주는 정보예요. 저를 봐달라는 게 아니라 그쪽이 시간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보내기가 좀 수월해지더라고요.
길게 쓰려니까 더 못 보내겠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짧게 보냅니다. 몇 분 늦는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만요. 이유는 도착해서 말하거나 안 하거나 합니다. 이유를 붙이려고 문장을 다듬다 보면 그 사이에 또 늦어지니까요.
도착하면 짧게 한 번 더 말합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요. 그거 한마디면 대개 넘어가더군요. 안 하고 앉으면 그 자리가 계속 어색합니다.
오늘 늦으면서 연락을 못 하고 계셨다면, 뛰기 전에 몇 자만 보내셔도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