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을 마지막 스무 쪽 남기고 반납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세 번째였죠.
못 읽으신 게 아닙니다. 거의 다 읽으셨는데 끝을 안 내신 거고요.
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일이 대체로 하나입니다. 끝나면 결과가 나옵니다.
안 끝내면 아직 진행 중입니다. 잘했는지 못했는지가 안 정해지죠. 그래서 마지막 한 걸음 앞에서 멈추는 게 가장 안전한 상태가 됩니다.
앞서 기대를 미리 낮추는 버릇을 적었는데 뿌리가 비슷합니다. 실망을 막으려고 기대를 안 하듯, 평가를 막으려고 안 끝내는 거죠.
문제는 그 상태가 공짜가 아니라는 겁니다.
머리를 계속 씁니다. 끝나지 않은 일은 자꾸 떠오릅니다. 앞서 메모 얘기에서 머리가 들 짐을 줄이라고 적었는데, 안 끝낸 일은 그 짐이 계속 얹혀 있는 상태죠.
다음 일이 안 시작됩니다. 한 자리가 차 있으니까요. 그러면 안 끝낸 게 여러 개 쌓입니다.
바꾸는 방법은 크게 하는 게 아니더군요.
끝을 다시 정하십시오. 완벽하게 마치는 걸 끝으로 잡으면 그 끝은 안 옵니다. 앞서 얇은 책 얘기에서 끝까지 읽히는 게 먼저가 됐다고 적었는데, 여기도 같습니다. 도달 가능한 끝을 정하시면 됩니다.
일부러 덜 다듬고 끝내보십시오. 한 번 그래보면 생각보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 경험이 쌓여야 다음이 쉬워지죠.
한쪽만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전부 끝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앞서 읽다 만 책을 안 이어가도 된다고 적었는데, 그건 정리지 미완이 아니죠. 안 끝내기로 정한 것과 못 끝내고 있는 것은 다릅니다. 앞쪽은 닫혀 있고 뒤쪽만 열려 있습니다.
지금 걸려 있는 것들 중에 무엇이 어느 쪽인지 한 번 갈라두시면, 목록이 꽤 줄어듭니다.
끝내지 않은 일은 실패하지 않은 일이 아니라, 아직 값을 치르지 않은 일이다.
저는 그 스무 쪽을 여기서 읽고 가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삼십 분이면 되니까요.
다 읽고 나가시면서 그러시더군요. 별거 아니었다고요. 대개 마지막 스무 쪽은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