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버튼을 눌렀다가 끊으시고 커피를 다시 시키신 손님이 계셨어요. 그러고도 이십 분을 더 앉아 계셨고요.
전화가 어려운 이유가 사이가 나빠서인 경우는 오히려 적더라고요.
대개는 할 말이 없어서예요. 별일 없이 지내고 있으니 전할 소식도 없고, 걸어봐야 밥 먹었냐 잘 지내냐로 끝나니까요. 그 짧은 통화가 어색해서 자꾸 미루게 되는 거예요.
그러다 시간이 길어지면 이번엔 오래 안 했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돼요. 미룰수록 더 어려워지는 구조예요.
저도 오래 그랬어요. 뭔가 전할 게 있어야 전화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받으시는 쪽에서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용건 없는 전화가 오히려 반가운 거예요. 용건이 있으면 그건 일이고, 없으면 그냥 안부니까요.
가게에 오시는 어르신 손님들이랑 얘기해보면 그래요. 자식이 전화해서 별말 안 하고 끊어도 그날 하루가 다르다고 하세요.
이게 제일 크게 도움이 됐어요. 길게 통화해야 한다는 규칙이 없어요.
짧게 자주가 길게 가끔보다 훨씬 나았어요. 저는 가게 문 열기 전에 잠깐 거는 걸로 정해뒀어요. 시간을 정해두니까 고민하는 시간이 없어졌어요.
이것도 요령이라면 요령이에요.
지금 뭐 하고 있는지, 밖에 날씨가 어떤지, 오늘 뭐 먹었는지. 이런 거요. 대단한 얘기를 찾으려니까 없는 거지, 눈앞에 있는 건 늘 있잖아요.
그리고 질문을 하나 던지시면 뒤가 알아서 굴러가요. 요즘 뭐 하고 지내시냐고 여쭤보면 대개 한참 말씀하세요.
안부 전화는 소식을 전하는 게 아니라 목소리를 들려주는 거더라고요.
문자나 메시지도 괜찮아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요.
사진 한 장 보내는 것도 돼요. 오늘 먹은 거나 지나가다 본 거요. 말이 필요 없어서 부담이 적고, 받는 쪽에서는 꽤 오래 봐요. 저희 가게 사진을 어머니께 보내는 손님도 계세요.
오늘 전화를 걸까 말까 하고 계시면 그냥 짧게 한 번 걸어보세요. 삼 분이면 돼요. 그 정도가 제일 오래 가더라고요.